12·3 비상계엄 여파로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지난해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낸 최종 상생안 동력이 사라졌다. 4개월 간의 노력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황이 이래지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연초 시행 예정인 배달앱 최종 상생안 준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동력 되찾기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2월 중에는 차등 수수료 등이 포함된 배달앱 상생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배달시장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새로 부임한 김범석 대표 체제하에 상생안 시행을 앞두고 내부 시스템 정비에 들어갔다. 쿠팡이츠도 상생안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다음 달 상생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차등 수수료 적용을 위한 전반적인 전산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등 수수료란 입점업체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독자적인 시행이 아니라 공정위, 쿠팡이츠 등 정부 및 이해당사자들과 조율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를 정해야 한다”라면서도 “발표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배민은 김범석 대표 부임 후 시스템 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얀 반데피트 임시 대표 체제에서 벗어난 만큼, 배달앱 상생안에서도 지속 가능한 추진력을 확보한 셈이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배달앱 상생안을 내달 시행하겠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상생안 시행 시기와 중개 이용료 구간 산정 기준, 배민을 사용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상생안 혜택을 누릴 방안 등을 1월 안에 공지하고, 2월 중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앞서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현행 9.8% 수준의 배달앱 중개 수수료를 거래액에 따라 2~7.8%로 차등 적용하는 체계를 합의했다. 대신 현행 1900~2900원인 배달비를 최대 3300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해당 상생안 시행 시기는 올해 초로 잠정 합의한 상태였다.

쿠팡이츠도 상생안 이행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배민과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합의해 이달 중순 출범하겠다고 밝힌 사회적 대화 기구 준비 작업과는 별개다.

쿠팡이츠와 을지로위원회는 해당 기구를 통해 배달 수수료 체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정국 불안과 비극적 항공 참사가 겹친 상황이지만 민생을 포기할 수는 없어 물밑에서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쿠팡이츠에 이어 배민과도 협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배달앱 최종 상생안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거대 독·과점 플랫폼의 반(反)경쟁 행위를 신속히 차단하기 위한 국회 입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국민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배달 업계 관계자는 “정국 불안으로 멈췄던 동력을 되찾고자 공정위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상생안이 2월 중 시행되고 정국도 지금보다 안정화된다면, 상생안이 자리 잡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