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약 514조원으로 전년 대비 1% 내외 성장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탄핵 정국과 미국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초고령사회 진입, 이상기후, 최저임금 인상 등 복합 위기로 인한 저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0.4%로 예상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새해를 맞아 저성장 시대에 맞는 유통은 무엇이고, 우리 유통업계는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할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유튜브와 틱톡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 온·오프라인 채널을 거쳐 판매하던 전통 유통의 형식도 뒤바뀌고 있다. 크리에이터(1인 창작자)가 이들 플랫폼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통해 물건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다. 이른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의미한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치 같은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과 함께 급성장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무대는 주요 쇼핑 채널로 떠올랐다.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소개하며 매출을 올린다. 기성 쇼핑 플랫폼인 쿠팡조차 유튜브 콘텐츠에 판매 링크를 연동하는 등 이를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쇼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

◇ 콘텐츠 보고 구매 결정… 쇼핑 플랫폼으로 떠오른 ‘유튜브’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활성화된 것은 스마트폰 하나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른 것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라는 직업의 수익과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통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 모태(母胎)라 할 수 있는 유튜브는 현재 지구상에서 80만 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2021년 관련 기업에 투자된 총금액은 6조원을 넘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발간한 크리에이터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4명(1750만명), 미국과 영국, 독일의 경우 국민 10명 중 3명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2023년 쇼핑 기능을 도입한 이후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쇼핑 전용 스토어’ 서비스를 실시하며 크리에이터 기반 판매가 활성화됐다.

그래픽=손민균

기존엔 제조사 물건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됐다면, 크리에이터가 소비자에게 유튜브를 통해 물건을 직접 판매하고, 제품의 판매나 홍보 등을 모두 맡는 식이다.

유튜브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도 샵 기능을 연동할 수 있다. 미국에선 작년부터 틱톡 샵도 도입됐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지점은 정보성과 신뢰성 등이다. 크리에이터가 만든 리뷰나 튜토리얼(사용 지침) 등의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법과 효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튜브 언박싱(개봉) 영상이나 틱톡의 숏폼을 통한 제품 시연 영상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시장이 2022년 2500억달러(약 320조원)에서 2027년 4800억달러(약 61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성 이커머스인 쿠팡조차 유튜브 쇼핑을 활용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기존 이커머스의 융합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 기반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쿠팡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 콘텐츠에 쿠팡 상품 링크를 삽입하고, 콘텐츠에서 소개된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면 크리에이터는 일정 비율의 수익을 얻는다. 아예 인기 크리에이터와 협력해 리뷰, 언박싱, 제품 활용법 등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기도 한다.

편의점 CU에서 오는 14일 출시하는 '세계 1위 유튜버'의 피스터블스 초콜릿 상품들. /BGF리테일 제공

◇ 인플루언서가 직접 브랜딩·공구… ‘팬덤 소비’의 위력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또 다른 축은 ‘브랜드 구축’이다. 자신의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아예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하기도 한다.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이름이나 정체성을 기반으로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면, 팬들은 그들의 브랜드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높은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팬덤 소비’ 문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독자 수 2억7200만명으로 세계 1위 유튜버인 미스터 비스트가 2022년 시작한 초콜릿바 사업인 피스터블스(Feastables)가 있다. 미스터 비스트는 그의 영상을 통해 자주 이 초콜릿을 홍보한다. 한국에서도 유명 뷰티 유튜버가 만든 포니 이펙트, 투슬래시포 등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팬덤 소비의 위력은 인스타그램 공구(공동구매) 문화 확산에서도 엿보인다. 공구는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류, 다이어트 효소, 단백질 쉐이크, 다이어트 차, 화장품 등의 제품을 소개하고 일시적으로 구매 창을 열면 소비자들이 접속해 구매하는 것이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의 2020년 SNS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000명 중 90%(3636명)가 SNS를 이용하고 그중 52.1%(1893명)가 공구와 같은 SNS 마켓을 통해 쇼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구 문화가 확산하자 학계에서는 I2C(Influencer to customer)라는 신(新)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인플루언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안목고수를 운영하는 오종철 대표는 “예전엔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이 좋은 물건이라는 식으로 인식이 단순했다면, 지금은 인플루언서들이 특정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 집단의 리더가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SNS 팔로워(추종자)들은 인플루언서의 선택에 환호하고 지지하고 연대한다”며 “이들이 고른 물건을 따라 사는 것이 자신이 직접 선택했을 때 드는 시간과 실패 가능성을 줄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