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입점 브랜드 상품의 소재 혼용률 정보를 전수조사한다. 최근 일부 패딩 상품 충전재가 기재된 것과 달랐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자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문제 브랜드에 대한 ‘삼진아웃제’도 도입했다.

다만 무신사의 대응책이 뒤늦은 데다 충분하지 않다는 일각의 비판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타격을 주는 퇴점 조치가 너무 나중인 탓이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입점 수수료를 통해 돈을 버는 구조라 브랜드 ‘봐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 브랜드들은 무신사와 함께 성장한 브랜드로, 실제 일부는 무신사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해서 무신사 책임론이 더 커지고 있다.

무신사 로고. /무신사 제공

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무신사 일부 입점 브랜드의 상품 정보 허위 기재 사실이 인터넷 등에서 논란이 됐다. 패딩 충전재가 오리털이 아니라는 불만이 지속되자 무신사는 라퍼지스토어와 페플 등 6개 브랜드 상품을 자체 조사했다.

그 결과 라퍼지스토어가 판매한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은 시험기관에서 성분을 판단할 수 없는 충전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플이나, 인템포무드, 오로, 디미트리블랙도 모두 혼용률로 봤을 때 오리털 패딩이라고 표기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오리털 패딩 표기를 하려면 제품의 오리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적발된 제품들은 솜털보다 폴리에스터가 더 많았다.

이에 무신사는 혼용률을 점검하고 조작 등 사실이 세 번 적발되면 퇴출하는 ‘삼진아웃’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신규 입점을 준비 중이거나 다운 및 캐시미어 소재 상품을 새롭게 판매할 예정인 브랜드라면 전문 기관에서 공식 발급받은 시험성적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다만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발생하고 소비자들 불만이 커지자 부랴부랴 내놓은 면피성 방안이라는 것이다. 대응책은 충분한 사전 검증 없이 문제 브랜드에 대해 사후 조치에만 의존하는 데다 3번의 기회를 주는 구조는 소비자 신뢰 회복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유예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무신사가 이번에 퇴점 조치한 라퍼지스토어는 다른 재킷 상품에 글로벌 지퍼 1위인 YKK 지퍼 위조품을 사용한 사실도 오리털 패딩 전에 이미 지적됐다. 그러나 당시 무신사 측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무신사가 이같이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브랜드와 무신사의 공생 구조도 영향이 있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무신사는 입점 수수료로 수익을 내고 있어 퇴점 등 조치에 적극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수수료 매출은 2022년 3029억원으로 전체(7083억원)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또 많은 K패션 인디 브랜드는 무신사가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무신사가 플랫폼 이점을 활용해 신진 브랜드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라퍼지스토어도 무신사동반성장펀드가 지분을 45%가량 보유한 브랜드다. 무신사는 현재 같은 회사의 여성 브랜드인 오로는 입점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무신사가 성장성과 수익성에만 집중해 품질 관리와 윤리적 검증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또 플랫폼으로서 입점 브랜드에 대한 품질 검증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K패션의 택갈이나 혼용률 조작 등 품질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됐지만, 무신사가 브랜드 탓만 하며 곪을 때까지 방치했다는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삼진아웃제가 단순한 보여주기식 조치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품질 관리 강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수”라면서 “무신사 같은 패션 플랫폼은 단순한 판매 중개자 이상이다. 리뷰와 판매 등에서도 수익을 얻으면서도 그간 최소한의 관리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