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로 모회사인 애경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애경케미칼(161000), AK플라자 등 애경그룹 자회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고, 애경산업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5년 이상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명확한 원인은 나오기 전이지만, 이번 참사로 인해 애경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질 조짐이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006840) 아래 제주항공(089590)과 애경케미칼, 애경산업(018250), AK플라자, AM플러스자산개발 5개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오너 일가가 AK홀딩스 지분 46.23%를 갖고 있으며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지분 50.86%, 애경케미칼 62.85%, 애경산업 45.42%, AM플러스자산개발 57.14%, AK플라자 76.68%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꼽힌다. 애경그룹이 제주특별자치도와 합작으로 제주항공을 설립한 것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해 계열사별 연결 영업이익은 제주항공(1698억원)이 애경산업(619억원)과 애경케미칼(451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2005년 제주항공 설립 후 애경그룹은 AK면세점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대금을 제주항공에 쏟아붓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수천억원대 투자를 진행했다. 2010년 중반부터 제주항공은 경쟁사들을 앞지르며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맹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었다. 제주항공의 작년 매출은 1조7240억원, 영업이익은 16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종전 최대치인 2017년 1013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4273억원, 영업이익은 1051억원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 후 수익성 악화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탑승권 취소로 인한 손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까지 탑승권을 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모든 노선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주항공 탑승권을 취소했다’는 후기와 더불어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는데 취소 수수료가 어떻게 되느냐”, “숙소는 취소가 안 돼서 예정대로 제주항공을 타야 하는데 불안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 애경그룹 다른 자회사들은 이미 자금난... 불매운동 조짐도
애경그룹 다른 자회사들의 상황은 이미 좋지 않다. 애경케미칼의 경우 작년 매출 1조7937억원으로 전년(2조1764억원) 대비 17.5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951억원) 대비 52.58% 급감한 451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은 1억6000만원에 그쳤다. 애경케미칼은 지난 2021년 애경그룹 화학 계열사 3사(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가 통합법인으로 새출발 한 회사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성장 동력 부재로 허덕이고 있다는 평가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주력 사업부인 가소제 사업부는 판매량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PVC 제품 업황의 회복 지연,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가격과 운임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AK플라자는 최근 4년간 적자가 지속돼 왔다. 2019년까지만 해도 안정적으로 영업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매년 수익성이 악화됐다. 작년 매출 2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한 반면 영업손실은 261억원으로 같은 기간 적자 폭이 41% 확대됐다.
애경산업은 작년 매출 6689억원, 영업이익 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6%, 58.7% 증가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5080억원, 영업이익은 4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3.6% 감소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수출 감소, 화장품 전체 매출 감소, 이익 체력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재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악재다. 지난 27일 대법원은 인체에 유해한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해 인명 피해를 입힌 혐의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가 다시 이어질 예정이지만, 소비자들은 “제주항공 참사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까지 생각난다”며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애경그룹이 보유한 브랜드 목록과 함께 “구매 전 한 번만 확인하고 주의를 기울이자”, “소비자의 안전을 무시하는 회사 같다”는 등의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