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을 맞잡은 것은 치열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이 많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그룹은 분기 매출만 40조원 안팎에 이르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손꼽힌다.
26일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내년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자 비율은 5 대 5다. 신세계는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합작법인에는 신세계 G마켓과 알리바바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편입된다. 두 플랫폼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신세계 측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21년 미국 이베이로부터 G마켓 지분 80.01%를 3조44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M&A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의 의지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듬해 신년사에서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강점인 오프라인 인프라가 디지털 역량과 하나가 돼 시너지를 창출하면 경쟁사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유일무이의 온오프라인 완성형 유니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 하는 원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G마켓 인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세계 그룹 인수 전까지 약 15년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갔던 G마켓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1000억원가량의 누적 손실을 냈다. 올해 1~3분기에도 누적 474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G마켓은 부진 탈출을 위해 올 상반기 고강도 비용 절감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 9월 인수 후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에 앞서 6월에는 G마켓 신임 대표이사로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고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을 거쳐 쿠팡 재무 임원으로도 일했다.
업계에선 정 대표 영입이 알라바바와의 전략적 동맹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매입과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과 가격 비교로 오픈마켓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 양강체제로 굳혀진 국내 온라인 시장에 맞서기 위해 양사가 동맹을 맺었다는 것이다.
실제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신세계의 영업망과 알리바바의 자금력이 합쳐지면 현재의 양강체계를 위협할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11월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67만6267명으로 이커머스 앱 분야 2위다. 1위인 쿠팡(3219만9655명)과 격차가 크다. 지마켓은 562만3947만명으로 11번가와 테무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그룹의 넓은 해외 판매망에 주목하고 있다. G마켓에서 거래하는 60여만 셀러(판매자)가 알리바바가 보유한 200여 국의 판로를 기반으로 중국, 미국,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지역 등으로 진출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 측은 G마켓 셀러가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글로벌 플랫폼에 더 쉽게 입점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양사는 또 정보기술(IT) 등 기술 투자와 함께 상품과 가격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한국 소비자들이 이커머스에서 즐길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알리바바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으로 국내 셀러의 전 세계 진출 교두보가 마련되고 동시에 K-상품의 판로 개척 및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조성해 G마켓의 차별화 된 고객 경험 혁신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선 유해성 논란으로 이미지가 훼손된 알리익스프레스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상품이 G마켓에 들어올 경우 어떻게 문제를 해소할지가 합작법인의 숙제가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그간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진출 후 일부 직구 상품에서 안전기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