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면서 신세계그룹의 미국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달 16일부터 5박 6일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렀다. 정 회장은 당초 3박 4일 체류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당선인 등과의 만남을 위해 체류 기간을 5박 6일로 늘렸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도운 아들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올해만 네 번째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재계 인사 중 트럼프 당선인과 접촉한 이는 정 회장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업계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의 미국 사업도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마트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는 미국에서 피케이리테일홀딩스(PK RETAIL HOLDINGS)라는 소매 지주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2018년 유통기업 굿푸드홀딩스를 3242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 뉴시즌스 마켓을 239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브리스톨 팜스, 뉴 시즌 마켓, 메트로폴리탄 마켓, 뉴펀들 마켓, 레이지 에이커스 내추럴 마켓, 뉴프리 마켓 등 5개 유통 브랜드를 운영 중이며, 10월 말 기준 매장 수는 56개다.
또 현지 법인이 소유한 오리건 공장에서는 연간 200만 팩의 냉동·냉장 가공식품을 생산해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납품하고 있다.
2022년에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셰이퍼빈야드를 약 30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와이너리 얼티미터빈야드를 추가로 인수하며 프리미엄 와인 생산·유통 기반을 마련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당시인 2017년만 해도 이마트의 미국 사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2기 출범을 앞둔 지금은 사업 규모가 꽤 커졌다.
이마트의 미국 매출은 2020년 1조5873억원에서 지난해 2조09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91억원이던 영업이익도 352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가량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342억원으로 작년 총 영업이익에 버금갔다. 이마트 전체 매출에서 미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6.2%에서 올해 3분기 7.5%로 커졌다.
이마트는 기술 분야까지 사업 분야를 확대할 태세다. 올해 2월 피케이리테일홀딩스 산하에 해외 투자법인 퍼시픽얼라이언스벤처스를 설립하고, 8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버틀러가 진행한 시리즈B 라운드(약 500억원)에 신규 투자를 집행했다.
버틀러는 MIT 미디어랩 분사 기업으로, 체온 감지 센서와 AI 기술을 통해 실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해 분석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향후 이마트와 스타필드 등 자사 유통점에서 해당 기술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마트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미국 그로서리(식음료) 시장 규모는 8848억달러로 전년 대비 2% 성장했다.
다만, 미국 와인 소비량은 지난해 2.8%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보인다. 이에 이마트는 분기 보고서에서 “프리미엄 와인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신흥 아시아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와인 수요 증가는 나파벨리 와이너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해외 사업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2021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고급 저택을 1920만달러, 당시 한화로 약 225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귀국한 정 회장은 인천국제공항에 나온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나눈 대화에 대해 “구체적 내용은 말할 수 없다”라고 함구했다. 미국 사업 확대 계획에 대해 이야기 했는지 묻는 질문엔 “사업 확대 계획은 사업적인 얘기니 여기서 말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미국 사업의 경우 현지 전문 경영인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미국 사업의 방향성을 아직 공유받은 바 없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