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8일 퇴사한 직원들에게 불구속 탄원서에 동의해달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큐텐그룹은 1조5000억원대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의 모기업이다. 구 대표는 사태 핵심 책임자로 꼽힌다.

그의 본인 불구속 탄원서 요청은 전날 검찰이 200억원대 임금·퇴직금 체불 혐의로 본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따른 것이다.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홍현직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사내이사는 이날 큐텐 테크놀로지를 퇴사한 직원들에게 “이 탄원서는 처벌을 면해달라거나 이미 제기한 소송 등을 철회하는 게 아니라, 구속된 상태로는 미지급 급여, 퇴직금을 해결하기가 곤란하니 구속을 면해달라는 탄원서”라며 불구속 탄원서를 써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이어 회신도 부탁했다. KCCW는 구 대표가 티메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티메프를 합병하겠다고 미리 만든 법인으로, 현재 티메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때 홍 이사가 보낸 메일 하단에는 ‘원본 메일’이라는 내용으로 구 대표가 홍 이사에게 보낸 메일이 함께 전송돼 있었다. 해당 메일에서 구 대표는 “Wish(위시)의 정상화 후 지분 매각을 통해 미지급된 임금·퇴직금을 내년 하반기까지는 해결하겠다는 계획이고, 이를 위한 프로젝트도 론칭(출시)했다”며 “구속영장심사에서 구속 대신 Wish Exi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미지급된 임금·퇴직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도록 불구속 탄원서에 대한 동의를 받아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위시는 미국의 전자 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구 대표가 지난 2월 인수했다.

해당 메일을 받은 한 직원은 “제정신이라면 이런 메일을 퇴사한 직원들에게 보낼 수 없다”며 “임금과 퇴직금을 언제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회유를 해도 모자랄 판 아닌가. 괘씸해서 못 써준다. 따로 회신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구 대표에 대해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구 대표를 수사해 온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의 신청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은 오는 20일에 열릴 예정이다.

구 대표는 큐텐 자회사인 큐텐 테크놀로지와 계열사인 티메프 임직원에게 임금과 퇴직금 200억원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올해 10월 큐텐 테크놀로지 퇴사자 51명은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 혐의로 구 대표와 김효종 큐텐 테크놀로지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노동부에 접수한 바 있다.

현재 구 대표는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지난 11일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이들은 1조8500억원 상당의 티메프 판매자 정산 대금 등을 공모해 가로챈 혐의,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회사 Wish 인수 대금 명목으로 티메프 상품권 정산 대금 5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