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지난 2일 중국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에이블리는 자사 기업가치가 3조원으로 평가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에이블리의 투자 유치는 올해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스타트업) 기업인 데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국내 이커머스(전자 상거래)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의미가 있습니다.
자본잠식 상태였던 에이블리 입장에선 투자 유치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했고, 알리바바도 한국 내수 영향력 강화와 케이(K)-패션 시장 진출을 원했던 터라 양측의 필요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해당 투자 유치에 대해 업계 평판은 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에이블리의 사례가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에 희망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티메프 사태로 한국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를 지양하는 전반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을 인정받으면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단 점을 증명한 덕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에이블리 측이 투자 규모나 기업 가치를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금액만 가지고선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알리바바가 구주(800억원)와 신주(200억원)를 섞어 지분을 매입했는데, 이에 따르면 실제 기업에 조달되는 신규 자금은 신주 200억원에 그치는 탓입니다.
최근 공개된 법인등기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에이블리 측이 신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9종)를 1주당 약 1826만원에 1096주 확보하는 형태로 2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신주 투자를 제외한 나머지에 해당하는 800억원 규모는 알리바바가 기존의 주요 주주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체결된 거래입니다.
구주 거래는 알리바바가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 직접 에이블리에 신규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에이블리가 새로 확보한 신규 자금은 2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22년까지 쌓인 누적 적자로 인한 결손금 1000억원 이상을 해소하는 데엔 부족합니다. 에이블리는 지난 2023년 말 기준 자산총계가 1129억원이고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부채가 약 543억원 많은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3조원'이라는 기업 가치 평가를 두고도 말이 나옵니다. 3조원은 신주 기준 가치인데 알리바바는 구주의 경우 1조2000억원으로 측정했습니다. 구주와 신주 매입 비율대로 기업 가치를 측정해 보면 총 1조7000억~1조8000억원이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에이블리는 이에 대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 신주와 구주 기업 가치 차이 발생은 일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신주는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상세히 검토한 후 책정하고, 구주는 회사 관여 없이 기존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자들과 협의해 설정하는 자율적인 부분"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규모가 큰 기업들의 신주, 구주 가치 차이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에이블리가 한국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해외 자본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