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발광 다이오드(LED, light emitting diode) 캔들 제품을 많이들 찾더라. 연말 분위기용 장식으로 사 간 사람도 있겠지만 체감상 지난해 이맘때보다 30~40%는 더 많이 사 간 것 같다.”
11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다이소 매장. 30대 직원 강 모씨는 “다이소 자사 몰에선 우리 매장에 LED 촛불 제품이 하나 남았다고 나온다. 매대에 없으면 품절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씨가 안내한 매대에는 LED 무드등 제품만 진열됐고, LED 촛불 제품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대규모 촛불집회·시위가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LED 촛불 제품 구매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LED 촛불은 당초 자연재해 발생 시 피해를 방지하거나 이벤트용 분위기를 고조하고자 만들어진 상품이지만, 겨울철 강풍에도 꺼지지 않는 이른바 ‘방풍촛불’로 입소문이 나면서 탄핵 정국 촛불집회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현재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3000원짜리 ‘흔들리는 LED 캔들’은 일부 매장에서 일시 품절된 상태다. 쿠팡·11번가·G마켓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도 LED 촛불 일부 제품이 동이 났다.
쿠팡에서 해당 제품을 구매한 40대 전 모씨는 구매 후기 게시물에 “지금(9일)은 품절이던데 그만큼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며 “지난 토요일 집회 때 아무것도 없이 갔다가 이번엔 촛불이라도 들고 가려고 구매했다. 엄청 밝진 않아도 힘 있는 색깔”이라고 글을 올렸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편의점에선 LED 촛불에 들어가는 건전지가 많이 팔리기도 했다. 여의도 인근 한 편의점 점주 50대 한 모씨는 “LED 촛불에 들어가는 건전지가 평소보다 3~4배씩 팔린 것 같다. 날이 추우니까 핫팩과 온음료, 물도 평소보다 5배 가까이 팔렸다”며 “사회 혼란으로 일부 품목이 잘 팔리는 게 참 아이러니하고 씁쓸하다”고 했다.
이는 지난 2016년 탄핵 촛불집회가 가장 많이 열렸던 광화문 광장 인근 편의점의 LED 촛불과 양초 매출이 올랐던 일명 ‘씁쓸한 특수’와 비슷한 양상이다. 2016년 11월 4차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 광장 인근 세븐일레븐에서는 LED 촛불을 포함한 양초 매출이 3차 촛불집회 대비 424.9% 올랐다. 해당 지역에 있는 CU와 GS25도 같은 기간 양초 판매량이 215.9%, 219.5% 증가했다.
아이돌 팬클럽 굿즈(기념품)인 응원봉의 중고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바람에 쉽게 꺼지지 않고 24시간 강한 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는 시위 집회용 응원봉을 대여·판매하는 글들이 대거 올라온 상태다. 대학생 최지원(21)씨는 “지난 주말에 엄마가 빌려 가서 써보시곤 이만한 게 없다고 감탄하셨다”며 “분명 엄마처럼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대여 글을 올렸다. 현재까지 3명에게 빌려줬다”고 했다.
응원봉 대여를 예약했다는 김현숙(47)씨는 “LED 촛불도 잘 안 팔더라”며 “마침 당근에 NCT 응원봉이라고 올라왔길래 퇴근하면서 만나기로 하고 예약을 걸었다. 사는 건 아니고 대여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7000원을 주고 해당 응원봉을 빌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촛불집회 특수’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탄핵정국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8년 전 우리가 겪었던 탄핵 촛불집회를 둘러싼 매출 여파가 고스란히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사안이 정치권에서 시작된 만큼, 정치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업계 상황은 연말 내내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