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며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매년 12월은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 대규모 할인 행사 등으로 소비 특수가 있는 시기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 탓에 연중 최대 대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탓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발생한 촛불집회 등의 영향을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촛불집회는 서울·광주·대구·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 중 가장 크게 열린 곳은 전국민중행동·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시민촛불집회다.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렸다. 해당 집회엔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업계는 소위 ‘씁쓸한 특수’를 염두에 두고 대응하고 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촛불 집회 영향으로 다른 유통사들은 불황이었던 반면 집회장소 인근 편의점 매출만 올랐다. 당시 서울 광화문 일대 GS25의 20개 점 간편식·티슈·종이컵·LED 양초 건전지 등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최소 37%에서 최대 290% 증가했다. CU 광화문 인근 점포들도 양초·건전지·삼각김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22%, 33% 올랐다. 핫팩도 32% 많이 팔렸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2016년 탄핵정국 촛불 집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지는 지켜보는 중”이라면서 “당시와 비슷한 날씨가 예상되는 만큼, 촛불 집회 진행 상황에 따라 많이 사 갔던 품목은 따로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백화점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촛불집회가 본격화하면 8년 전 겪은 불황을 되풀이할 수 있는 탓이다. 당시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매출은 연말 대규모 할인 행사 기간이었음에도 2015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중구 본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5.5% 감소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과거 경험상 탄핵정국이 이어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다만 현재까지는 크리스마스·연말 연시 분위기에 따른 지출이나 소비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했다. 백화점 3사 모두 매출 감소 등의 특이 사항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광화문·여의도·종로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 있는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도 아직 여파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던 걸로 알지만, 아직 매출이나 방문 고객 감소 같은 뚜렷한 영향은 없다”고 했다. 이어 “다만 2016년 탄핵정국 당시엔 없었던 매장이 새로 생기는 등 고려할 사안이 있기 때문에 정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