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이 건강기능성식품 업체 보문트레이딩이 제기한 과다 수수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70억원 규모의 배상금 지급 판결이 취소됐다. 재판부는 롯데홈쇼핑이 이 업체로부터 위탁방송 판매료와 함께 판매 수수료를 받은 것이 갑질이나 법 위반 소지가 없는 통상적인 혼합형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방송 계약을 하면서 방송 제작비나 광고비 명목으로 위탁 수수료를 받고, 방송 시간 내 판매분에 대해서도 정률 수수료를 받는 혼합형 계약이 흔하다. 홈쇼핑 회사는 고정 수수료를 통해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고, 업체는 판매 성과에 따라 추가 비용을 내는 구조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롯데홈쇼핑 본사 사옥. /뉴스1

21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2-1 민사부는 지난 8월 28일 보문트레이딩이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에 제기한 소송 1심 판결에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롯데홈쇼핑은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당초 배상 판결을 받았던 부당이득금 69억1515만원과 연 15.5%의 지연손해금(이자)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은 보문트레이딩과의 계약에서 판매 수수료를 산정하면서 정액의 위탁판매 방송비(광고비)를 받고, 판매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률 수수료를 부과했다.

항소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롯데홈쇼핑의 수수료 계산 방식에 대한 위법성 판단 여부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롯데홈쇼핑이 받은 위탁판매 방송비를 통상적 수수료로 볼 수 없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위탁판매 방송비를 업계의 통상적 정액 수수료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위탁판매 방송비는 그 성격을 광고료, 방송제작·판매비 등이 아닌 상품을 판매한 것에 대한 대가로서 수취하는 판매수수료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위탁판매 방송비는 실질 정액수수료로 수취가 금지돼 있지 않고, (롯데홈쇼핑은) 정률수수료율이 증가한 경우 위탁판매 방송비의 액수는 낮춰 결정했다”라며 “대규모유통업법이나 방송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문트레이딩은 현대홈쇼핑과 GS홈쇼핑과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GS홈쇼핑은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했다. 보문트레이딩 측이 업체들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광고비 명목으로 정액수수료를 받는 것 ▲방송 당일 판매분에 시간 외 수수료를 적용해 수수료를 과다하게 챙겼다는 것이 골자다.

법원은 GS홈쇼핑의 경우 방송 당일 판매분에 대해 훨씬 높은 시간 외 수수료율을 적용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보문트레이딩은 현재 폐업 상태로 기존 경영진 등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롯데홈쇼핑 측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