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유통사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업체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유통 업태 중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백화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 반면, 편의점은 준수한 실적을 유지했다.
경기 침체로 명품과 패션 상품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편의점이 출시한 두바이 초콜릿, 생과일 하이볼 등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조만간 편의점이 백화점의 매출 비중을 앞지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5684억원, 영업이익은 15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9.1%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력 사업인 백화점(-0.8%), 마트(-4.9%), 수퍼(-3.6%)의 매출이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백화점(-8%), 마트(-11.6%), 수퍼(-11%) 모두 감소했다.
백화점의 경우 9월까지 이어진 무더위로 패션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주요 점포의 리뉴얼(재단장)로 인한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이익이 줄었다.
현대백화점(069960)의 3분기 연결 매출은 1조3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가량 감소한 646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별도 매출은 5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줄었고, 영업이익은 710억원으로 11% 감소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커넥트현대 부산이 리뉴얼 공사로 영업을 일시 중단했고, 한동안 이어진 따뜻한 날씨로 가을·겨울 패션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신세계(004170)는 영업이익이 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5401억원으로 2.8% 증가했다. 백화점은 3분기 매출이 6196억원으로 2.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4.8% 감소했다. 회사 측은 강남점과 대구점, 타임스퀘어 등 주요 점포 리뉴얼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불황형 유통 채널’로 꼽히는 편의점은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의 3분기 연결 매출은 2조3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2억원으로 4.8% 늘었다. 편의점 부문 매출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2조2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007070)의 3분기 매출은 3조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06억원으로 24.1% 감소했다. 편의점 부문 별도 매출액은 2조30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29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점 출점에 따른 운영점 증가로 전년동기 대비 3.9% 신장했으나,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 및 광고 판촉비 등 증가로 전년동기 대비 51억원 감소했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선 조만간 편의점이 백화점을 꺾고 유통업의 강자로 올라설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 중 각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백화점(17.8%), 편의점 (16.8%), 대형마트(12.3%), SSM(2.8%) 순으로 백화점과 편의점이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감률은 편의점(9.6%), 백화점(2.5%), SSM(1.0%), 대형마트(-6.9%) 순으로 편의점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그러나 편의점도 안심할 순 없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데다 추가 출점 여력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5만5580개로, 점포 한 개에 인구수가 1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윤은영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편의점 성장률을 3.5% 수준으로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편의점의 성장이 정점에 이르렀지만, 트렌드에 맞는 빠른 운영 대응력으로 준수한 실적을 유지했다”면서 “향후 고령화 등을 고려해 근린형 장보기 소비 채널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