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국을 주요 수출국으로 두고 있는 케이(K)뷰티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공언해 온 탓이다. 가성비가 장점인 한국산 화장품의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한국산 화장품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해왔다. 중국에 대해선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집권 1기(2017~2021년) 당시에는 국내 일부 수출품(자동차·철강 등)에 관세를 매겼지만, 2기 정부에서는 모든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북미는 중국에 이어 화장품 수출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선 무게 중심이 중국에서 북미로 옮겨가는 추세다. 중국 시장은 내수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고, 이른바 궈차오(애국) 소비로 자국 제품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 뷰티업계는 북미와 유럽, 일본, 동남아 등으로 진출 국가를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화장품 수출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트럼프 집권 1기 후반이였던 2020년 한국은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 시장에서 화장품 점유율 3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엔 프랑스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K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다는 장점이 먹혔다.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대기업뿐 아니라 아마존 같은 현지 채널에서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활약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한 74억달러(약 10조원)였다. 미국 수출액은 14억3000만달러로 38.6%의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중국은 20억2000만달러로 9.1%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현지 가격이 오르면 ‘가성비’가 핵심인 K뷰티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현재 한국 화장품의 미국 수출 상승세를 이끄는 주역은 인디 브랜드다.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고,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많아 관세 대응이 더 어려울 수 있다.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아 진퇴양난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대중 견제 강화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발 보복 관세 리스크가 있어서다. 화장품은 일부 원·부자재 수입을 중국에서 하고 있어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가 향후 관세 이상의 추가 규제를 내릴 가능성도 상존한다. 수출·수입 절차와 통관이 강화되는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국내 대형 기업들이 아예 미국 중소 업체 인수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한 ODM(제조사 개발 생산·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인 한국콜마나 코스맥스에게는 트럼프 당선이 호재가 될 수도 있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공장에서 생산의뢰를 할 가능성이 커서다. 한국콜마는 미국 제1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듬해 제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미국 뉴저지에는 코스맥스 공장이 위치해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024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 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진입 장벽을 강화할 수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그 일환 중 하나인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 시장 내 자리 잡아가는 K소비재에 가격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제품의 시장 입지를 지속 강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전략적인 마케팅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