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452260)가 대표 매장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식품관 전면 리뉴얼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연내 계획했던 지하 식품관(고메이494)와 층별로 위치한 델리·디저트 카페 리뉴얼 작업 진행을 보류 및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한화갤러아는 지난해 전 점포가 역성장을 보이는 등 실적이 부진하자 주력 점포인 압구정점의 식음료(F&B) 업장인 고메이494의 전면 재개장을 추진했다. 일부 브랜드 교체 수준이 아니라 식품관 전체를 새로 꾸릴 계획이었다.

그래픽=정서희

명품 의존도가 높은 갤러리아는 경기 영향을 크게 받아 최근 전국 5개 점포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갤러리아 백화점의 영업이익은 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5억원) 대비 82.9% 감소한 수치다. 갤러리아는 지난 2분기엔 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상장 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현대나 신세계, 롯데백화점이 MZ(1980년대~2000년대생)세대 공략을 위한 체험형 쇼핑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적은 점포 수 등의 영향으로 트렌드에 뒤처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식음료장 전면 재개장은 집객 효과와 연계 매출을 낼 수 있어 갤러리아의 부활을 위한 카드로 꼽혔다.

일례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리뉴얼해 올해 2월 국내 최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 문을 열었다. 리뉴얼 후 스위트 파크에 하루 평균 4만7000여 명이 방문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갤러리아 명품관 전경. /한화갤러리아 제공

이에 식품관 리뉴얼 콘셉트 기획을 위해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의 지시로 임원들이 일본을 방문해 현지 백화점을 둘러보면서 매장 배치와 인테리어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 심리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비용 감축으로 노선을 튼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한화갤러리아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 서울시와 협업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식품관 리뉴얼을 보류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동선 미래비전총괄의 관심이 본업인 백화점업이 아닌 신사업에 쏠린 점도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그가 사양산업인 백화점에 투자하기보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음료 제조업체인 퓨어플러스를 인수하는 등 식음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식품관을 전면 재개장하면서 집객 효과 등을 톡톡히 누렸는데 갤러리아도 이를 따라가려고 계획을 꾸렸지만, 비용 감축으로 노선을 틀었다”며 “소비 심리 침체가 장기화하자 사양산업인 백화점보다 신사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행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식품관 리뉴얼은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