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7일 “10년 전의 대규모유통업법은 시대적 사명을 잘 수행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옴니채널·디지털 전환 등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새로운 산업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회의실에서 열린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 개선' 세미나에서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개선 방향과 관련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민영빈 기자

홍 이사장은 이날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법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유통산업 혁신을 위한 유통 규제 개선’ 세미나에서 “유통 시장은 날마다 새로워지는데, 법적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역효과가 생기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에 대한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사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시행됐다.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인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거나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사업자가 적용 대상이다. 특히 판촉 비용 전가, 반품 금지 등 개별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판촉 행사의 개념과 범위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이익이 있으면 판촉으로 보는 현재 시각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오픈마켓에서의 상품의 광고·노출을 예로 들었다. 사용 후기를 작성하면 사은품을 지급하는 행사를 판촉 행사가 아닌 정보 제공 방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판촉 규제에 대한 온라인 시장의 적합성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발표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서의 판촉 규제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앞서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를 이유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예고했다. 그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이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규모유통업자’에 해당하지 않아 판매 대금 정산 기한 규제를 받지 않은 것과 동시에 관련 불공정행위 규제를 받지 않은 점을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개정안 적용 대상자는 국내 중개 거래 수익(매출액)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 규모(판매 금액)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 거래 사업자다.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직접 혹은 결제대행업체(PG사)가 관리하는 판매 대금을 입점 사업자와 정산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온라인 중개 거래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유형엔 판촉비 부담 전가도 포함돼 있다.

최 교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후 온라인 시장에서 판촉 행사가 진행될 때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의 특수성에 따라 규제의 유연성이 필요한가”라는 김지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의 질의에 “온라인 중개 플랫폼·오픈마켓의 판촉 행사·비용이 입점사업자에게 강제될지 여부를 감시·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면서도 “전반적인 맥락을 고려한 심사 지침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산자와 소비자 같은 전통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제조업체가 직접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판매하는 방식도 빠르게 확산하는 전환의 시기”라며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이 지금의 유통거래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지 학계 전문가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