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30일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그룹의 혁신과 경영 쇄신을 위한 의지를 피력했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이마트 부문과 신세계 부문의 계열 분리 및 역량 중심의 인재 발굴 등 신상필벌 개혁을 통해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취임 당시 정 회장은 “기존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 격변하는 시장에 놓인 유통기업에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이다. 나부터 확 바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30일 신세계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유경 신세계(004170)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 등 계열 분리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백화점부문과 이마트(139480)부문,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향후 계열 분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남매가 해온 각 사업을 분리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계열 분리가 완성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는 그 과정이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 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1995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2006년 그룹 총괄 부회장에 이어 올해 3월 그룹 수장이 됐다.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라는 위기 상황 속에 중책을 맡은 그는 그룹의 수익성 회복이라는 미션을 위해 정 회장은 빠른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4월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한 데 이어 6월 이커머스 계열사인 지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교체했다. 이어 그룹 헤드쿼터(본부)인 경영전략실 개편과 핵심성과지표(KPI) 수립 등 조직 전반 쇄신에도 나섰다. 경영전략실은 콘트롤타워(지휘부)로 세우고, 성과 중심의 인사체계 도입을 지시했다. 임원 급여에서 인센티브 비중을 높였다.
동시에 과감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는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를 매각했고, 적자 경영을 이어가던 신세계푸드는 스무디킹코리아의 영업을 내년 10월 종료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건설(034300)의 상장폐지도 추진한다.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SSG닷컴과 W컨셉은 비용 절감을 위해 W컨셉 사옥을 내년 2월 기존 강남에서 영등포로 이전한다.
이번 인사에서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수장이 된 후 ‘통합 이마트’ 전략을 추진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해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을 이마트24 대표로 내정했다. 1993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한 송 신임 대표는 2015년 이마트 상품본부 노브랜드 추진 팀장을 맡은 이후 노브랜드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신세계L&B 대표에는 이마트와 신세계L&B 출신으로 나라셀라 영업마케팅 총괄 전무로 있던 마기환 대표를 선임했고,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을 발탁했다.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지난 3월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비상 경영 체제를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진해 온 만큼 2025년에도 이를 지속해서 실천하고 강화해 나갈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