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소품·사무용품 전문점 아트박스가 리템엘앤씨로부터 사업 부문 일체를 인수하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리템엘앤씨는 사무용품 시스맥스를 비롯해 생활·주방용품 등을 제조하는 업체로, 아트박스와 최대 주주가 동일한 특수관계사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아트박스 매장 모습. /양범수 기자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리템엘앤씨는 내달 1일 회사의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아트박스에 양도하고, 아트박스는 이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사업 부문을 떼어낸 리템엘앤씨는 존속해 지주 사업 부문을 영위할 계획이다.

아트박스는 지난 2020년 재무구조 안정화와 직영점 투자 등을 이유로 사무용품 제조 사업 부문을 리템엘앤씨에 74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실적이 개선되고 재무구조가 안정화하자 당시 매각했던 사업 부문 인수를 포함하여 사업 규모를 키우는 모양새다.

아트박스는 2020년 영업손실 2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이후 꾸준히 실적을 개선해 지난해 영업이익 27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1105억원에서 224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재무구조 역시 2020년 부채비율 80%에서 지난해 말 43%로 낮아졌고, 유동비율 역시 131%에서 160%로 개선됐다.

아트박스와 리템엘앤씨는 “양사가 보유한 사업 역량을 상호 활용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효율성을 증대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흡수합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트박스의 계열분리를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트박스와 리템엘앤씨는 모두 김진용 삼성출판사(068290) 회장의 매제인 조석현 대표가 맡고 있는 회사다. 조 대표는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36.12%, 57.40% 보유한 최대 주주다.

애초 삼성출판사의 사업 부문으로 만들어진 아트박스는 1986년 독립해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22년까지는 지분 46.45%를 가진 삼성출판사가 아트박스의 최대 주주였으나, 계열분리를 목적으로 조 대표에게 지분을 매각하면서 35.26%로 2대 주주가 된 상태다.

아트박스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도 삼성출판사의 계열회사로 등재되어 있다. 분할·합병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양사가 구체적인 분할·합병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트박스가 증자를 통해 분할신설법인과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리템엘앤씨 사업 부문이 인적 분할되는 만큼 기존 리템엘앤씨 주주들에게 동일한 지분이 주어지게 된다. 이를 아트박스 지분으로 교환하면 조 대표의 아트박스 지배력이 커지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증자 과정에서 삼성출판사의 아트박스 지분율도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30% 이상 주식을 소유하고 있거나 임원의 임면 등에 의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계열회사로 보고 있다. 삼성출판사의 지분율이 5.26% 넘게 내려가게 되면 계열회사 요건이 성립되지 않게 되는 것인데 이를 노린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아트박스 관계자는 “분할·합병 과정에서 삼성출판사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계열분리보다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분할·합병을 통해 기업의 자산가치가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 가치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