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코리아 노사가 4년간의 교섭 끝에 단체협약 합의를 이룬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코스트코 노조는 그간 단체협약안의 조합 활동 조건 등을 놓고 사측과 첨예하게 대립해 왔는데, 양측이 절충안을 받아들이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코스트코 광명점의 모습. /양범수 기자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 7일 33차 노사 본교섭을 통해 단체협약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된 단체협약안은 오는 이날 노조 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조합원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코스트코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위해 오는 19일까지 전국 지부를 순회하며 단체협약 내용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이번 단체협약 잠정 합의는 코스트코 노조가 설립돼 사측과 상견례를 한 202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노사는 지난 2021년 7월 기본 협약 사항에 대한 일부 합의한 뒤 23개 조항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뤄냈으나, 몇 가지 조항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2021년 9월 교섭 결렬이 결렬됐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 과정을 거치기도 했으나, 파업 등 쟁의 행위까지 이어졌다.

노사는 근로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안건에서 충돌을 벌였다. 가장 이견이 컸던 조항은 조합 활동의 근로시간 면제 항목이다. 사측은 당초 노조 대의원 5인의 대의원대회와 총회를 각 연 1회씩만 보장해 연간 80시간만 유급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홈플러스가 연간 총 1만6800시간의 유급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고 있고, 이케아도 연간 총 5000시간의 유급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결국 교섭 결렬 이후 2년 넘게 노사 대화가 단절됐다.

그러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고(故) 김동호(당시 29세)씨가 카트와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중 산업 재해로 숨진 이후인 지난해 9월 교섭이 재개됐고, 양측이 수차례 수정안을 교환한 끝에 합의에 이르게 됐다. 노사는 이번 본교섭을 통해 조합 활동의 근로시간 면제를 연간 총 3000시간으로 합의하기로 했다.

코스트코 노조는 이번 잠정 합의안을 통해 노조 활동을 보장받게 됐으나, 근로환경 개선과 관련해서는 세부적인 사항을 협약안에 담아내지 못했다. 노조 측은 사망 산재 사고 이후 혹서기·혹한기 근로 여건 개선 및 계산대 의자 등받이 설치 등을 요구해 왔다. 다만, 이번 협약을 통해 사측이 분명한 휴게 공간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가 국회 출석을 대비해 마지못해 노조 측 요구를 일부 들어준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 대표는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 감사장에서도 단체협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무노조 경영이 목표냐,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등의 질책을 받았다.

올해 조 대표는 미국산 소고기 상품에서 납탄 총알이 발견된 사건과 반품된 술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사건 등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만 소환됐다. 앞서 코스트코 노조의 동호씨 산재 1주기 기자회견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국정감사를 언급하는 등 올해도 환경노동위원회 출석이 전망됐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코스트코 노조 관계자는 “근로 환경 개선이나 연차 사용 관련한 부분 등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단체협약에 대해 잠정 합의해 노조 활동을 보장받게 됐다는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현장에서 지속 요구해 이뤄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