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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퍼블릭(대중형) 골프장은 10월 최고 그린피(골프장 이용료)가 주중 31만원, 주말 35만원이다. 정부가 정한 대중형 골프장 기준 그린피(주중 18만8000원, 주말 24만7000원)보다 10만원 이상씩 비싸다.

하지만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 이용료를 싸게 책정해 평균치를 낮춘 덕에 대중형 골프장으로 분류돼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대중형 골프장이 늘었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그린피가 너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그린피 기준을 ‘평균치’로 정하면서 비싼 그린피를 받는 곳도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된 탓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그린피를 기존 평균치에서 최고치로 개정하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회원제·대중제로 나누던 골프장을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으로 세분해 도입했다.

대중형 골프장은 그린피를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보다 낮게 책정하는 대신 세금 감면을 받게 하고, 비회원제 골프장은 그린피를 자유롭게 책정하는 대신 보유세 부담을 늘렸다.

당초 정부는 코로나19로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대중형 골프장이 그린피를 올리자 비회원제를 신설했다. 대중형 골프장이라도 정부가 정한 그린피 기준이 넘을 경우 회원제 골프장에만 부과하던 개별소비세 등을 부과해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가 그린피 기준을 평균치로 정하면서 비싼 그린피를 받는 곳도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그린피를 초과하는 골프장은 수도권 46개소, 강원 15개소, 충북 14개소 등 87개소로 전체의 35%에 이른다.

이런 ‘꼼수’가 가능해지자, 비회원제 골프장도 세금 감면 등을 이유로 대중형으로 전환했다.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해남 파인비치 등 비회원제 골프장 5곳이 지난해 대중형으로 전환했다. 올해 6월에는 고성 델피노cc가 대중형 골프장으로 바뀌었다. 이달 1일부터는 홍천 소노펠리체cc 비발디파크 이스트와 웨스트가 비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형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522개 골프장 중 대중형 골프장은 370개. 2009년만 해도 회원제 골프장이 339개, 대중제 골프장이 146개였던 걸 고려하면 크게 역전됐다.

민형배 의원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등한 대중 골프장의 코스 이용료 인하를 위해 정부가 비회원제 골프장을 신설했지만,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코스 이용료를 평균치로 규정하면서 비회원제 신설 효과가 유명무실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번에 체육시설법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대표는 대중형 골프장 기준 그린피가 평균치에서 최고치로 바뀌면 수도권 대중형 골프장 평균 그린피가 2만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 대표는 “현재 지자체에서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지만 사실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중형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그린피는 비싸게 받으면서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걸 정상화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 동남아로 가는 골프 수요를 잡고 국내 골프 경기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의 지난해 전국 골프장·이용객 조사에 따르면 전국 522개 골프장 내장객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