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장(36)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지난 3일 중국 항저우시 알리바바 본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케이(K)뷰티와 패션 등이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를 국내 역직구(해외직접판매)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알리바바그룹은 그간 산하 내수 특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자다, 타오바오 등을 통해 각각 동남아나 중국에 일부 한국 제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 제품 판매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일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가운데)가 중국 항저우시 알리바바 본사에서 한국 사업 목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최효정 기자

그는 “알리익스프레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B2B(기업 대 기업)와 B2C(기업 대 소비자) 거래 양 측면에서 한국산 제품을 전 세계로 판매하는 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면서 “셀러(판매자)들에게 효용을 주기 위한 조치로 이달 말부터 본격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판매자 간담회에서 밝힐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판매자가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중계하는 B2C 해외직구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200개 국가에 1억5000만 명의 소비자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엔 한국 등에서 중국 외 판매자 입점 사업도 시작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작년부터 한국에서 케이베뉴(K-Venue) 코너를 통해 신선식품부터 화장품, 전자제품 등 카테고리에서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역직구 지원에 나서는 것은 K뷰티와 K패션, K팝 등의 인기로 한국 제품 역직구 규모가 크게 늘어서다. 한국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역직구 규모는 2014년 6791억원에서 지난해 1조6972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알리바바그룹 측에 따르면 자회사 타오바오와 티몰 등의 플랫폼을 통해 7000여 개의 한국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고, 작년 한 해 130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올해 초 한국 통합물류센터 건립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예산은 2억달러(약 2632억원)다. 한국 물류센터 구축을 공식화한 것은 2018년 국내 시장 진출 후 6년 만이다.

한국에 물류센터를 갖추면 가격 경쟁력에 배송 경쟁력이 더해져 국내 이커머스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알리가 국내 물류 거점을 마련하면 직구 제품 배송기간이 단축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 셀러들의 역직구 기반으로도 기능하게 될 전망이다.

레이 장 대표는 “현재 인천이나 평택 외에 여러 곳을 후보지로 두고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를 찾기 위해 검토 중인 단계”라며 “내년 상반기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품·유해성 등 우려엔 “개선 노력”... 당일배송은 단기간엔 어려울 듯

한국 시장 개척 목표에 대해 레이 장 대표는 5년 이내 한국 소비자 중 절반이 알리익스프레스를 사용한 경험이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가품(짝퉁) 등 지적재산권(IP) 침해 논란과 제품 유해성,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가 나온다.

레이 장 대표는 이에 대해서는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품 판매를 사전 차단하고, 유해 상품의 경우 판매 전 샘플링 테스트 등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기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회사 측에서 내놓은 원론적인 답변과 같다.

아울러 그는 추후 쿠팡 등 국내시장 경쟁자의 강점인 당일배송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알리는 현재 직구 제품의 경우 통상 5일 배송, 케이베뉴 제품은 통상 익일 배송을 목표로 한다. 알리는 초저가 전략으로 국내 판매자와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용자 수 기준 국내 이커머스 중 쿠팡에 이어 2위다.

레이 장 대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쟁력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적당한 시간에 배송하는 것이다. 다만 신선식품 등 일부 카테고리에 한정해서는 소비자 필요에 따라 당일배송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알리익스프레스는 인프라 제공자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이는 직매입 사업 모델과는 다른 길”이라고 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당일 배송 시스템을 근시일 내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국내 유통업계 전망이다. 쿠팡처럼 직매입을 하지 않으면 수도권에 물류센터를 구축한다고 해도 비용 등 문제가 발생하는 탓이다.

한편, 최근 불거졌던 알리바바의 여러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검토 소식에 대해서는 사업 측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에 나온 보도 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도 많다. 홈플러스 인수 합병은 논의한 적 없다”고 했다. 이어 “다만 M&A를 포함한 투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소비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