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가 10일 법원의 관리 하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티메프 측은 회생계획안 인가 전 외부 투자자에 회사를 매각해 마련된 정산금으로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계획이다. 티메프 피해 판매업체(셀러)들은 두 회사의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의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회생법원 제2부는 이날 티메프의 기업회생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 개시에 따라 티메프의 경영은 기존 경영진 대신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맡는다. 법원은 동양그룹 회생사건에서 관리인이었던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티메프가 재정적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기업의 존속·청산 가치 등을 판단할 조사위원으로는 한영회계법인이 선임됐다.

티메프 회생 개시 결정이 난 만큼 피해 셀러·채권자와 티메프 측은 내달 24일까지 채권을 신고하고, 오는 12월 27일까지 자체 회생 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1조3000억원이라는 대규모 미정산 금액에 대한 채권자 변제율 및 변제 방안 등도 논의된다. 이후 최종 회생 계획안이 법원에 제출되면 채권·담보권자 등의 동의를 거쳐 법원 인가를 받은 후 티메프는 기업회생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된다.

티메프 측은 회생 계획안 인가를 받기 전까지 외부 투자자에게 기업을 매각하고 받은 대금으로 채무부터 갚겠다는 입장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투자 유치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서 진행하고 있는 곳은 두 곳”이라며 “11월 29일까지 조사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는데, 조사 보고서가 나오면 12월 중으로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피해 셀러들은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티메프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회생 개시만 결정됐을 뿐, 실제 티메프에 입점해서 물건을 팔고자 하는 셀러가 없거나 물건을 사고자 하는 고객이 없는 한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피해 셀러 A씨는 “이미 티메프는 안전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아니라는 걸 온 국민이 알게 됐다”며 “‘미정산·미환불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없애지 않는 이상 티메프 운영은 전보다 못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 셀러 B씨는 “최종 회생 계획안에 티메프 신뢰 회복 방안도 있어야만 떠난 고객과 셀러들이 그나마 믿고 티메프에서 물건을 사고 팔 것”이라고 했다.

향후 티메프 M&A 과정이 본격화된다면 인수 대금과 변제율 책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투자자들은 티메프를 인수할 때 채무 변제율은 최대한 낮추고 회사 운영에 자금을 집중하고 싶지만, 채권자들은 변제율이 낮을수록 본인에게 돌아오는 자금이 적어진다는 점에서 회생 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수 대금과 변제율의 적정선을 찾는 게 관건인 셈이다.

채권자들은 정산 대금 회수를 위해 티메프의 투자 유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티메프 매각 대금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다면 채무 변제율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신정권 티메프 피해자 모임 검은 우산 비상대책위원장은 “티메프 측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씩 필요하다고 했던 만큼, 티메프 회생 계획안 인가 전 M&A 방식을 통해 2000억원 이상 인수 대금을 확실히 받는다면 변제율 협상을 할 의향도 있다”고 했다.

다른 채권자 C씨도 “피해 금액 규모가 큰 만큼 상당 부분 채무 금액을 탕감할 수밖에 없다. 잘못했다간 파산보다 더 안 좋은 결과로 갈지도 모른다”며 “두 달 동안 티메프의 투자 유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