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이 소비자의 상품 구매 후 최소 10일 안에 입점 업체들에 대금을 정산해주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이커머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로 무너진 입점 판매업체(셀러)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입장이 있다. 반면 중소·영세 이커머스 플랫폼은 생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메프 같은 오픈마켓 플랫폼이 상품 구매 확정일로부터 10~20일 이내에 입점 업체들에 물품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플랫폼이 긴 정산 기간을 악용해 대금을 불법적으로 유용하거나 빼돌릴 가능성을 차단해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추후 업계의 의견 등을 종합해 구체적인 정산 기한을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파는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체에 40~60일 이내에 대금을 정산해줘야 한다.
다만 티메프 등 이커머스 플랫폼 대다수는 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해당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실제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자, 정치권을 포함해 피해 셀러·소비자 모임 등으로부터 이 부분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해왔다. 공정위가 제도적 보완에 나선 배경이다.
업계는 상반된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등 일련의 상황으로 이미 업계는 불안감과 불신이 만연해졌다. 법·제도적 개선이 마련된다면, 적어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냐는 희망이 생길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시장 내 약자로 분류되는 입점 업체가 경제 활동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판매 대금 정산 주기가 짧아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자금 유동성이 약한 셀러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플랫폼은 셀러들이 물건을 팔지 않는 순간 망할 수밖에 없다. 이번 티메프 사태로 무너진 이들의 신뢰부터 재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소·영세 플랫폼 등이 고사하면서 대형 플랫폼만 남는 독과점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안의 적용 대상이 연간 중개 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대형 플랫폼 외엔 입점을 많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나 쿠팡, 카카오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오픈마켓 플랫폼은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셀러들이 입점을 꺼려하면서 ‘대기업 플랫폼 쏠림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