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가전제품 전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렛츠(Allets)가 돌연 폐업을 결정하면서 제2의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사태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렛츠는 영업 중단 공지를 올리기 직전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구매를 유도한 뒤 대금 정산 때가 되자 영업 중단 공지를 올렸다. 현재 해당 플랫폼의 입점 판매업체와 소비자 모두 정산도, 환불도 받지 못한 상태다.
◇돌연 폐업·직원 해고... 미정산 대금 300억원 추산
1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인 알렛츠는 지난 16일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부득이한 경영상 사정으로 8월 31일 자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음을 안내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티메프 사태로 투자 유치가 불확실해지면서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폐업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메일을 입점 업체들에 통보했다.
회사는 판매자 대상 공지에 앞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고 통보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렛츠의 운영사인 인터스텔라는 패션 잡지사 본부장 출신의 박성혜 대표가 2015년 설립한 회사다. 2020년부터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한 플랫폼을 운영해 왔다.
알렛츠의 입점 업체는 2만7000여 개로, 미정산된 판매 대금은 약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알렛츠의 정산 주기는 최대 60일로 대부분은 아직 7월분 정산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알렛츠 운영사 인터스텔라 대표와 임원진을 향한 집단 고소·고발 및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정산 지연을 시작으로 기업회생까지 이른 티메프 사태와 흐름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렛츠는 폐업 결정 전에 티메프 사태 때처럼 대거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점 판매자 A씨는 “공지 직전 알렛츠 상품기획자(MD)로부터 할인 프로모션을 더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평소엔 1% 추가 프로모션을 적용했는데, 2~4% 추가 할인 쿠폰을 적용해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매가 늘어났지만 ‘신기루’ 매출이 됐다”라며 “미정산금이 2억5000만원”이라고 했다.
알렛츠에서 LG전자의 가전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B씨는 환불을 받지 못했다. 그는 “공식 홈페이지 가격으로 400만원인데, 20%나 할인해 판매해 안 살 이유가 없었다”면서 “구매 확정 후 알렛츠로부터 세트 제품 일부가 누락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취소를 했는데, 갑자기 사이트가 폐쇄되는 바람에 물건도 못 받고 환불도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제2의 티메프 사태... 중소 이커머스 줄도산 우려
이날 조선비즈가 찾은 서울 성동구 인터스텔라 사옥은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안에는 직원들의 사무용품이 책상 위에 그대로 있었다. 건물 경비원은 “오늘 출근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금요일에 모두 해고 통보했다고 들었다. 대표부터 임원진, 직원 등 모두 얼굴을 아는데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터스텔라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50억원이고, 약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시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03억9400만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였다. 자본 잠식 상태는 2021년부터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스텔라는 2022년 5월부터 건물을 담보로 유동성을 개선하려고 한 정황도 포착됐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인터스텔라는 2022년 5월 25일 건물(토지가액 포함 7527만원) 근저당으로 2022년 11억2800만원, 2023년 18억6000만원 등 총 29억8800만원을 차입했다.
해당 건물의 등기는 지난 2월 24일 주식회사 씨에스씨산업으로 명의가 변경됐다. 이후 지난달 27일 건물 근저당으로 72억원의 금전 대여도 발생했다. 씨에스씨산업은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과 전자상거래업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터스텔라 대표 박성혜씨와 씨에스씨산업의 대표인 박 모씨가 특수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씨에스씨산업의 감사 자격으로 임원 명단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조선비즈는 박성혜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 등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알렛츠의 폐업을 티메프 사태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로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입점 업체들이 대기업 기반의 플랫폼이 아니면 발을 빼고 있다”며 “알렛츠와 같은 곳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소 플랫폼들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온다”면서 “대기업을 업은 플랫폼만 독과점으로 운영되면, 합리적인 가격 경쟁은 사라질 것이다. 나중에는 판매업자도, 소비자도 특정 플랫폼 정책에 끌려다니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알렛츠 관련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영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조정국이 어떻게 할지 상황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급박하게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면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안건을 올릴 수 있다. (현재는)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