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는 지난 2017년부터 RMR(레스토랑 간편식)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외식의 내식화가 진행되면서 집밥이 아니라 유명 맛집 메뉴를 집에서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었다.

지난해 마켓컬리에서 판매된 RMR 제품 가짓수는 10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마켓컬리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컬리 온리’로 판매된 제품은 약 35%다. 짜장면 등 중식부터 파스타, 떡볶이까지 메뉴를 가리지 않고 전국의 맛집을 컬리에서 RMR로 맛볼 수 있다.

컬리가 단독 RMR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다. 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란 점은 락인(채널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것)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컬리 본사에서 만난 HMR(가정간편식)팀 소속 강지은(왼쪽부터), 이진선, 김희경 MD. /최효정 기자

최근엔 서울 3대 떡볶이로 불리는 애플하우스가 컬리 단독 RMR로 입점했다. 애플하우스는 1986년부터 현재까지 떡볶이와 무침 군만두를 판매하고 있는 식당이다. 반포의 작은 포장마차로 시작해 38년째 성업 중인 노포다.

“멀리 떨어진 지방에 사는 소비자에게도 서울 맛집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추억의 맛을 되살려주기도 하니 RMR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힘이 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컬리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HMR(가정간편식)팀(김희경, 이진선, 강지은 MD(상품개발자))은 RMR이 가진 매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이 애플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37년의 역사와 그에 걸맞은 두터운 팬층 때문이다. RMR화 협업에 대한 업주의 승낙이 떨어지자 이들 MD 3인방은 각각 즉석 떡볶기(이), 일반 떡볶기(이), 무침만두 제품을 매장에서 먹는 맛과 동일하게 구현하기 위해 5~6개월간 상품 제작에 매진했다.

맛집들이 레시피를 100% 공개하지는 않기 때문에, 맛 구현을 위해서는 수많은 테스트가 필요하다. 더욱이 노포의 경우엔 각자 ‘기억의 맛’이 있어 RMR로 만들기가 더 까다롭다는 것이 MD들의 얘기다.

특히 즉석떡볶이의 경우 상품위원회를 삼수 끝에 통과했다. 상품위원회는 김슬아 대표를 포함한 컬리 구성원이 참여해 상품의 전 성분부터 맛, 조리법, 구색, 특성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다. 참석인원 모두가 만장일치해야 상품들이 컬리몰에 입점할 수 있다. 이런 고난 끝에 출시된 제품들의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월평균 매출이 1억5000만원에 달한다.

김희경 MD는 “즉석떡볶이는 다른 제품과 비교해도 맛 구현이 어려웠다. 매장에서 선보이는 즉석떡볶기와 유사한 구성으로 만들고 애플하우스 특유의 달큰한 국물을 구현하기 위해 양배추 양까지 조절하며 여러 버전으로 테스트했다”면서 “제품들의 맛 구현도는 90% 이상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RMR이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는 기다림 없이 편리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조리하다 보니 재료 첨가나 간 조절이 자유로운 것도 매력이다. 이진선 MD는 “집에서 먹을 때 원하는 재료를 조금 더 추가할 수 있고, 취향에 맞춰 조리할 수 있어 매장보다 맛있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했다.

컬리는 향후 더 많은 지역 맛집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강지은 MD는 “경상도나 전라도 등 각 지역의 맛집을 RMR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