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앱 에이블리에 입점한 판매자 A씨는 지난달 31일 여름 상의 제품에 평소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이를 접수했다. 의아했던 A씨가 살펴보다 제품 가격이 옵션 가격이 적용되지 않은 기본가로 저렴하게 판매된 것을 확인하고 에이블리에 항의했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에이블리에서 시스템 오류로 판매자(셀러)들의 상품을 옵션가격을 적용하지 않은 기본 가격으로 판매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에이블리는 익일 해당 시간대 주문을 일괄 취소했지만, 문제는 이미 주문 확인 후 발송 처리를 한 판매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에이블리 관련 공지문. /에이블리 앱 캡처

이에 에이블리는 주문 처리된 제품의 옵션가격만큼 차액을 전액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 기간 주문 건이 전부 취소됐기에 광고비도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주문 취소 조치를 당한 소비자에게도 보상 의미로 쿠폰을 지급한다.

지난달 31일 오후 10시20분부터 12시20분까지 2시간가량 에이블리가 시스템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 오류로 판매자들의 제품에 옵션에 따른 추가 가격이 적용되지 않아 전부 기본가로만 판매됐다. 예를 들어 셔츠 제품의 기본가가 1만원에 설정되어 있고, 옵션가격이 5900원인 경우 이 제품 가격은 1만5900원인 셈이지만, 옵션가가 적용되지 않아 이 시간 내내 판매자들에게 1만원에 판매된 것이다.

에이블리의 경우 여러 색깔이나 기장 등 다양한 옵션의 옷을 한 페이지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기본 가격 외에 옵션 가격이 추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옵션가 없이 기본가로 상품들이 저렴하게 판매되자 일부 상점엔 주문이 몰렸다.

에이블리는 해당 시간 판매된 주문 건을 일괄 취소하고, 오류 발생한 시간대 광고비는 전액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주문 접수 이후 상품이 준비 중이나 배송 중으로 처리가 된 건은 차액을 에이블리가 전액 보상해 정산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발생하는 고객응대(CS)도 판매자가 아닌 에이블리 고객센터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판매자들 사이에선 가격 차이로 일괄 취소된 주문을 소비자가 재구매하지 않아 매출에 타격이 가고, 의도치 않게 가격을 속인 꼴이 돼서 상점 호감도에도 타격이 발생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에이블리 판매자 A씨는 “에이블리가 보상을 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감정이 상해 재구매를 하지 않는 터라 매출 타격이 발생했다”면서 “시스템 오류가 나면 결국 판매자들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이블리 시스템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품 등록이나 제품 정보 누락 및 삭제 등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해 판매자들에게 원성이 높다. 에이블리에서 판매와 결제가 이뤄지니 에이블리 시스템이 먹통인 경우 입점 판매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한편, 티메프(티몬,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쟁력 없이 자본잠식 상태인 이커머스들의 위험성이 이번 사태로 전면에 드러났다. 이커머스 업계 정산대금 관리나 지급 주기 등에 대한 규제 미비가 업계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불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에이블리도 적자 재정이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에이블리는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탓에 쌓여있는 결손금만 2042억원에 달한다. 2023년에는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누적 결손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1129억원인 자산 총계보다 많아서 마이너스 543억원 수준의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일시적 서버 오류로 셀러분들께 불편을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에이블리를 믿고 함께해주신 판매자와 고객분들을 위해 전적으로 100% 보상하고 있으며,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잘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