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 위메프·티몬의 셀러(판매자) 미정산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여기에 입점했던 지역 소상공인·협동조합 등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와 전국 지자체가 지역 셀러들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위메프·티몬에 있는 상생 판매관 입점을 적극적으로 독려한 게 화근이 된 셈이다. 상생 판매관 입점 관련 예산은 최소 25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정서희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는 위메프·티몬 입점 지역 셀러·협동조합 등에 대한 피해 조사에 착수했다. 그간 위메프·티몬은 셀러들 판로 개척 지원을 통해 지역 상생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두 업체 모두 관련 전담팀이 있다. 그 동안 두 업체는 중소기업유통센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자체 홍보에 힘입어 지역 셀러 입점 규모를 키웠다. 지역 소상공인·협동조합 이용률은 위메프가 1위, 티몬은 3위다. 위메프·티몬 셀러 대금 미정산 사태가 이어지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각 지자체 입장이다.

지역 셀러들은 이미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위메프 내 ‘상생마켓’에는 판매 중인 상품이 없다. 상생마켓은 지역 소상공인·협동조합을 위한 판매관이다. 전날까지 이곳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판매관 11개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 모든 곳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25일 위메프 상생마켓 판매관 상황. 반나절 만에 판매 상품들이 모두 내려갔다. /위메프 화면 캡처

지역 향수기업을 운영 중인 위메프 입점 셀러 B씨는 “위메프로부터 받지 못한 정산금만 8억원”이라며 “여기서 더 팔아봤자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정산금을 받지 못하면 지역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고 했다.

특산물 푸드업체 대표 C씨도 “위메프로부터 지연된 정산금만 60억원”이라며 “이달 말까지 정산금이 안 들어오면 다음 달에 폐업할 것”이라고 했다.

티몬도 마찬가지다. 티몬은 지역 소상공인·협동조합을 위해 ‘소문난마켓’을 운영 중이다.

이날 오전 8시 30분 이곳엔 판매관 10개가 있었다. 오후 4시엔 3개에 불과했다. 농업법인 대표 D씨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셀러들한테 전국적으로 판로를 개척하려면 위메프·티몬 등에 입점하라고 홍보를 했다”며 “그땐 좋은 취지였으니까 입점했는데, 이달 말까지 정산이 안 되면 폐업 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와 거래를 튼 지역 내 많은 정미소도 정산을 못 해줬다.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 두렵다”고 덧붙였다. D씨가 받지 못한 정산금은 20억원이다.

25일 티몬 소문난마켓 내 지역 상생 판매관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있다. /티몬 화면 캡처

앞서 관련 부처와 기관, 지자체는 새로운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소상공인·협동조합에 위메프·티몬 판매관 입점 홍보를 했다.

이들은 정부 예산 중 일부를 입점 셀러 상품 홍보(판촉)비 차원으로 지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각 지역별 법인·연합회를 통한 사업 지원 형태로 예산을 투입했다. 또 각 시·군·구 지자체는 유통정책과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 지원 사업’ 같은 명목으로 위메프·티몬에 입점한 셀러들을 지원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직·간접적으로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해양수산부는 각각 30억~50억원으로 추산된다. 투입된 총 예산은 최소 25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기관 관계자는 “여러 이름의 지원 사업이 많은 만큼, 정확한 예산은 알 수 없다”면서도 “위메프·티몬 입점을 많이 안내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 빠른 수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현 상황이 길어지면 향후 예산이 판로 개척 지원에 들어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