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 큐텐(Qoo10) 그룹이 위시플러스(Wish+)·위메프 등의 수수료(서버 이용료)를 오는 8월부터 인상하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큐텐·위메프·티몬 등에 입점한 셀러(판매자)의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 이자 지급·수수료 감면을 약속한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큐텐 측은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공지한 수수료 인상안(案)이었다며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큐텐 그룹에 따르면 큐텐은 오는 8월 6일 상품 가격에 따른 수수료율을 인상할 예정이다. 그간 큐텐 글로벌·위시플러스 등에 입점한 국내외 셀러들은 상품 가격별로 정해진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예를 들면 200달러(한화 약 27만6280원) 이하 상품은 12% 수수료율에 따라 24달러(3만3150원)를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다. 200~1000달러(138만1400원) 상품은 10%, 1000달러 이상 상품은 8%의 수수료율이 정해져 있다.
해당 수수료율은 내달 6일부터 인상된다. 큐텐 그룹은 지난 3일 큐텐 글로벌 플랫폼 위시플러스 입점 셀러들에게 수수료율 인상 정책을 공지했다. 셀러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지기 전이었다. 해당 정책에 따르면 ▲200달러 이하 상품은 수수료율 15% ▲200~1000달러 이하 상품은 수수료율 12% ▲1000달러 이상 상품은 10%로 수수료율이 각각 변동될 예정이다. 2~3%포인트(p)씩 오르는 셈이다.
큐텐 측은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지기 전 공지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큐텐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상 정책을 공지한 날짜는 지난 3일”이라며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기 전에 그룹 차원에서 정한 것들을 셀러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렸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날 큐텐 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큐텐·위메프·티몬 등에서 최근 발생한 셀러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 ‘일시적인 전산 시스템 장애’라며 공식 사과했다. 이에 대한 보상안으로 ▲모든 그룹사 파트너에 10%(연이율)의 지연 이자 포인트 지급 ▲한 달 이상 정산 지연 셀러에게 큐텐·위메프·티몬 상장 시 우리 사주 구매 조건과 동일한 조건으로 정산 지연금 50%까지 주식 매입 등을 제시했다.
정산 지연 2주 이상인 셀러만 3년간 큐텐의 글로벌 플랫폼인 위시플러스에서 상품 등록 판매 시 수수료 3%를 감면해 주겠다는 내용도 그중 하나다. 이에 국내외 셀러들은 일단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공지한 상태인 만큼 ‘3% 감면’이 제대로 된 보상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위시플러스에 입점한 미국 해외 셀러 A씨는 “정산 지연 보상안 발표 이후 수수료율 인상과 관련해서 큐텐의 설명은 없었다”며 “보상안으로 감면 혜택을 내놨지만, 다음 달부터 수수료율을 올린 만큼 내리는 거라 놀리는 건가 싶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큐텐 관계자는 “인상된 수수료율에 보상안으로 발표한 3% 수수료 감면 혜택이 적용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지금과 같은 사태를 미리 알고 수수료율을 인상해 놓고 감면하는 등 셀러를 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기존 수수료율과 비슷하게 3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큐텐이 인수한 위메프의 상황도 비슷하다. 위메프는 8월 1일부터 서버 이용료(부가세 포함) 정책을 바꿀 예정이다. 그간 위메프 입점 셀러들은 월 매출액 구간에 따라 서버 이용료를 차등적으로 적용받아 왔다. 예를 들어 월 매출액이 100만원 초과 2000만원 이하면 각 9만9000원 서버 이용료를 낸다. 마찬가지로 월 매출액에 따라 서버 이용료는 ▲2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 각 99만원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각 299만원 ▲5억원 초과 각 490만원 등 서버 이용료를 내야 한다.
내달 1일부터 해당 구간 중 월 매출 100만원 이하더라도 30만원을 초과한 경우 2만9000원의 서버 이용료를 내야 한다. 현재 정책에서는 해당 경우 서버 이용료를 내지 않았다. 위메프 평균 월 매출액이 80만~90만원이었던 셀러는 “위메프가 플랫폼으로 적합한지 판매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적은 물품만 판매했다”며 “서버 이용료가 0원이었다가 거의 3만원 돈을 내야 하니까 인상된 수수료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이용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계속 쌓이면 셀러들에게도,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절대 좋지 않다”며 “정산 지연 보상안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면, 그와 상반되거나 결이 맞지 않는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산 지연 사태가 크게 터지기 전에 공지한 수수료율 인상 정책이더라도, 보상안과 다른 행보로 읽힐 수 있다면 인상 적용 시점을 미루거나 관련 설명을 공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