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팬심’ 공략에 나섰다. 취향에 맞춰 소비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생)에 입맛에 맞춰 캐릭터나 게임뿐 아니라 아이돌이나 스포츠까지 적극적으로 협업 카테고리를 확장 중이다. 한정판 스포츠 카드는 중고 장터에서 웃돈에 거래되는 등 인기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출시한 ‘KBO 오피셜 컬렉션카드(KBO 야구카드)’는 사흘 만에 100만팩이 모두 팔렸다. 상품 한 팩에 카드 3장이 들어있어 300만장의 카드가 사흘 만에 팔려나간 셈이다.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KBO카드. /세븐일레븐 제공

특히 경기도 수원의 야구장인 KT위즈파크 인근 세븐일레븐 점포에서는 하루 만에 8000여팩에 달하는 카드가 판매됐고, 세븐일레븐 앱의 실시간 재고 조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카드는 국내 10개 프로야구 구단 소속 140명의 야구선수로 구성됐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야구팬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2차 물량 100만팩을 추가로 확보해 지난달 25일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이마저도 재고가 많이 남지 않아 야구팬들이 온라인에서 세븐일레븐 지점과 재고 현황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인기 조합 카드의 경우 1팩 판매가(3000원)에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도 한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EPL과 프로농구, 프로배구 스포츠 카드를 출시해 인기를 끈 바 있다. K리그 파니니 카드는 150만팩 팔렸고, EPL 카드도 70만팩이 판매됐다. 이외 스포츠 카드를 합치면 현재까지 총 450만팩 이상의 스포츠 카드가 팔려나갔다. EPL카드의 경우 손흥민 등 일부 인기 선수 희귀 카드는 중고가가 수십만원까지 올랐다.

아이돌 팬덤 공략에 나선 곳도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7일까지 걸그룹 스테이씨의 첫 번째 정규앨범 메타모르픽을 업계 단독으로 판매했다. 편의점 주 고객층과 K팝 아이돌 팬층이 일치한다는 판단 아래 성사됐다.

GS25는 업계 최초로 지난 5월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플래그십 스토어(특화매장)를 열었다. 이어 한화이글스와 협업해 팝콘 과자 ‘이번 경기 팝콘각’, 아이스크림 ‘잘한다 우쭈쭈바’를 출시했다. 이 상품들은 한화이글스의 연고지인 대전과 세종, 충청 지역에 한정해 판매된다.

편의점 업계가 이런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팬덤(fandom) 이코노미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소비를 부르는 팬덤 중심 경제 활동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자신의 취미에 집중할 기회가 생겼고, 여기에 자신만의 취향을 공유·과시하고 이에 관련된 소비에 주저하지 않는 MZ세대들을 노린 것이다. 포켓몬빵 열풍에서 시작된 캐릭터 등 IP(지식재산권) 협업이 시작이었다면 이제 편의점 업계는 스포츠나 K팝, 애니메이션 등으로 협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오타쿠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취향 소비의 경제적 파급력을 반영한 단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일본 오타쿠 소비 시장인 애니메이션·게임·만화 분야 소비 규모가 연간 4조엔(한화 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정여명 세븐일레븐 마케팅팀 브랜드마케팅 담당은 “스포츠카드가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수집 문화를 만들어 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종목과 리그의 스포츠를 상품, 서비스와 결합하며 스포츠 마케팅의 영역을 계속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