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번개장터는 지난 24일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 유치를 내용으로 하는 본 계약을 체결했다.
구주와 신주 거래가 동시에 이뤄진다. 초기 투자자인 원익투자파트너스와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구주를 정리한다. 신주의 경우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다. 주금 납입일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됐다.
투자자들은 번개장터의 포스트 밸류(투자 이후 기업가치)를 약 53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번개장터는 2011년 장원귀 씨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았다. 2019년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고, 그해 사모펀드(PEF) 프랙시스캐피탈이 약 16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1780억원의 투자금을 유지했다. 직전 투자 라운드였던 2021년에는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번개장터의 매출은 2019년 120억원에서 지난해 341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5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지난해엔 2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플랫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번개장터가 신규 자금 유치에 성공한 데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명품·패션 카테고리에 중점을 둔 전략이 먹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사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이 발표한 ‘중고 거래 앱 이용 관련’ 분석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중고 거래 앱 이용률 순위는 당근이 57.7%로 1위를 차지했고, 번개장터(8.4%), 중고나라(5.9%), 세컨웨어(구 헬로마켓)(0.2%) 순이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당근이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면, 번개장터는 취향을 기반으로 한 ‘덕질(연예인 등 무언가에 파고드는 것)’ 카테고리를 앞세워 업계 2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번개장터를 이용하는 고객의 49.6%는 20대였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거래액 2조5000억원, 거래 건수 2000만 건을 넘겼다. 누적 가입자 수는 2200만 명에 이른다.
전체 거래액 중 50% 이상은 명품·패션 카테고리에서 나왔다. 한 건당 평균 거래 단가는 약 11만원이다. 소비자 리서치 연구기관 컨슈머사이트가 조사한 중고 거래 플랫폼 평균 거래 단가(6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
번개장터는 한정판 운동화를 모아 파는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과 명품 편집 매장 ‘브그즈트 컬렉션’ 등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달에는 일본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일본 중고품 판매를 시작했다. 메루카리는 월간 이용자 수가 2200만 명에 달하는 중고 거래 앱으로, 패션 카테고리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 최재화 번개장터 공동대표는 “다양한 해외 중고 상품들을 거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해외 탭’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올해 번개장터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번개장터 관계자는 “투자 유치가 완료되는 다음 달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