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면세업계가 내수 강화를 위해 주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관광과 면세 소비 패턴 변화로 외국인 매출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새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롯데, 신라 등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부터 인기 주종인 위스키를 중심으로 상품군을 늘리고 시음·할인 행사를 여는 등 손님 끌어 모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인천공항2터미널 신세계 면세점 주류 매장. /신세계면세점 제공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초 인천공항 2여객터미널에 주류 판매 매장을 열고 글렌피딕 50년(700㎖)과 달모아 1969 캐스크, 히비키 30년 등 희귀 위스키 등 20여 종을 단독 판매하고 있다.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별도 전용관도 만들었다. 전용관은 총 6개로 ▲페르노리카 ▲디아지오 ▲모엣헤네시 ▲윌리엄그랜트앤드선즈 ▲에드링턴 ▲빔산토리다.

6개 글로벌 주류 기업이 인천공항에 별도 전용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전용관에는 브랜드 대표 상품을 판매한다. 전용관마다 전문 인력이 상주해 각 위스키에 대한 설명을 전문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LVMH 산하 프랑스 주류 기업 모엣 헤네시와 손잡고 내국인 VIP(주요 고객) 초청 시음 행사를 국내 단독으로 진행했다. 또 대만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 제조사 킹카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고 단독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온라인 주류 전문관에서는 내국인에 인기 있는 일본 사케 브랜드 닷사이를 단독 판매 중이다.

신라면세점은 주류 특화 유료멤버십 신라앤 치어스를 출시했다. 신라앤 치어스는 여권을 소지한 내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멤버십이다. 멤버십 가입자에게는 기본 혜택으로 82만원 상당의 주류 품목 전용 포인트 등 총 109만원 상당의 혜택이 주어진다. 주류 플랫폼 데일리샷과 손잡고 온라인 판매에도 힘을 줬다.

주요 면세점들이 주류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단가와 마진율이 높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고 해외로 출국하는 내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쇼핑보다 체험을 중시하는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외국인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관세청이 집계한 올해 1분기(1~3월) 면세점 주류 매출 규모는 1334억원으로 2년 전인 2022년(777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 수는 602만 명으로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면세점 업계 매출은 13조75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8% 감소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담당하던 외국인 매출은 32.44% 감소한 11조726억원이다.

이와 다르게 지난해 내국인 매출은 88.32% 증가한 2조6859억원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입장에선 내국인 마케팅 강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특히 내국인 고객들의 주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주류는 지난해 면세점 내국인 매출의 80~9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술 면세 한도가 상향된 것도 한 몫했다. 정부는 2022년 9월부터 주류 개수 제한도 한 병에서 두 병으로 늘렸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7월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 제도를 변경해 온라인 주류 판매를 허용했다.

특히 주류 판매가 주를 이루는 기내 면세 매출은 여타 다른 면세점보다 매출 회복세가 빠르다. 지난해 기내 면세 매출은 2757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2938억원의 94% 수준까지 회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는 면세 품목 중에서 가장 판매량이 높은 축에 속한다. 특히 해외여행을 다니는 내국인들이 선물이나 소장 용도로 가장 선호하는 품목”이라면서 “외국인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류에 힘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