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달라고 조른 동결건조 지구젤리를 드디어 샀어요. 아직 못 사신 분들은 OO초등학교 앞 편의점에 지금 가보세요.”

4일 오전 10시 한 인터넷 맘카페에 동결건조 지구젤리를 샀다는 글이 올라왔다. 재고 입고 시간에 맞춰 간 편의점에서 운 좋게 하나를 구입했다는 인증 글이었다. 최근 이 제품 먹방이 최근 초·중등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고물가에도 ‘펀슈머’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펀슈머(Fun+Consumer의 합성어)란 재미를 중요한 가치로 두는 소비자를 말한다.

GS25에서 출시한 '동결건조 지구젤리(왼쪽)'와 농심의 김치사발면처럼 생긴 삼성 갤럭시 버즈 케이스. /GS리테일·민영빈 기자

GS리테일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 3월 말 차별화 상품으로 출시한 동결건조 지구젤리의 연령대·성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40대 여성으로 40%에 달했다. 초·중학생 자녀들 사이에서 소셜미디어(SNS) 먹방 아이템으로 입소문이 나자, 소위 ‘편의점 오픈런’에 나선 부모들이 많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유정(11)양은 “먹방 유튜버들이 먹은 걸 나도 먹어보고 싶었다”며 “사기 어려워 엄마에게 부탁했고, 간혹 친구가 구했다고 하면 나눠 먹었다”고 했다. 이 제품은 젤리지만 기존의 쫀득거리는 식감이 아니라 사각거리는 식감으로 재미를 줬다고 한다. 인플루언서를 따라 하는 디토(Ditto) 소비 심리도 반영됐다. 디토 소비는 마찬가지라는 뜻의 영어단어에서 따온 말이다.

편의점들이 선보인 큰 크기의 제품도 펀슈머 현상의 일면이다. 컵라면부터 삼각김밥, 도시락 등 간편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두 손으로 들어야 하는 초대형(8인분) 크기의 제품들이 출시됐다. GS25의 ‘팔도 점보 도시락’을 시작으로 점보 라면 제품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등 인기를 얻었다. CU의 점보 삼각김밥, SPC의 크림대빵 등도 마찬가지다.

점보 제품에 소비자들이 열광한 건 재미와 함께 고물가 시대 가성비 추구와도 맞물려 있다. 취업준비생 한가희(25)씨는 “가성비로 따지면, 삼각김밥 하나를 먹는 것보다 초대형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여러 끼에 나눠 먹는 게 더 낫더라”라며 “처음에는 웃기려고 만든 건가 싶었지만, 하나를 사서 소분해 냉동해 놓고 먹을 때 해동한다. 식비를 한 달에 3만원 정도 절약했다”고 말했다. CU에서 출시한 슈퍼라지킹 삼각김밥은 기존 삼각김밥 4개로 구성되는데 가격은 5900원이다. 기존 삼각김밥 하나가 1500~1700원인 점을 감안하면 4개를 개별 구입하는 것보다 약 10% 싸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 이상의 콘텐츠를 융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매시업(mash-up) 상품도 펀슈머 현상의 하나다. 직장인 최인혁(29)씨는 “농심 김치사발면 디자인의 갤럭시 버즈 케이스가 나오자마자 구입했다”며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주면서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개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 업계의 펀슈머 공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브랜드 특유의 형식이나 경계를 허물고 의외성이 있는 조합에서 오는 재미와 신선함을 추구하는 게 최근 소비 트렌드”라며 “주제의 방향이나 범위 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펀슈머를 공략한 제품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