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만 해도 여의도나 광화문에서는 재킷의 옷깃에 회사 로고가 들어간 배지를 달고 다니는 직장인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을 갖고 근무해 달라며 배지 패용을 의무화한 회사도 많았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확산하면서 배지를 단 직장인들이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유통업계도 마찬가지. 대내외 업무가 많은 임원의 경우에도 회사 배지를 다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은 배지를 착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합니다.

반면, 신세계광주 소속 직원들은 배지 달아 소속감을 드러내는 걸 즐긴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신세계맨’이라고 하면 지역민들에게 환대 받기 때문입니다.

신세계 광주점이 지역에서 탄탄하게 안착한 데다, 최근 백화점의 확장 이전과 그랜드 스타필드 건립 등 2개의 대형 쇼핑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룹의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빨간 꽃 모양의 가죽 배지를 채택한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제공

해당 지역에 대기업이 몇 개 없는 것도 호감을 사는 이유로 지목됩니다. 신세계그룹 한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일할 때는 배지를 안 차다가 퇴근할 때 배지를 찬다는 말도 있다”면서 “젊은 직원들의 경우 미팅이나 소개팅을 할 때 꼭 배지를 착용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1999년 12월부터 붉은 꽃 모양의 CI(기업 이미지)를 확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보고받고 결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반적으로 회사 배지는 금속으로 제작하지만, 신세계는 그룹의 상징인 붉은 꽃 모양을 적용한 가죽 소재의 ‘패션 배지’를 채택했습니다.

일곱 장의 활짝 핀 꽃은 고객을 위한 신세계의 서비스와 가치를, 붉은색은 고객과 사회를 향한 신세계의 충심을 뜻합니다. 이전까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다른 배지를 사용했지만, 이때부터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합해 사용하고 있지요.

경쟁사인 롯데백화점은 그룹의 CI(정체성)를 반영한 마름모 형태의 배지를 2017년부터 쓰고 있습니다. 롯데의 영문 표기 ‘LOTTE’의 알파벳 ‘L’에서 착안해 소문자 필기체로 간소화했습니다. 둥근 마름모꼴은 롯데의 새로운 터전인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의 부지를 조감(鳥瞰)했을 때의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합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그룹 CI를 반영한 얇은 직사각형 형태의 배지를 사용합니다. 초록(에메랄드그린)과 검정, 짙은 노랑이 연결된 형태로, 초록은 현대백화점을, 검정은 고품격 감각을, 짙은 노랑은 고객의 기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통업계 역시 배지 착용을 자율에 맡기다 보니, 회사 배지를 달고 다니는 이들이 사라지는 추세인데요.

단,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배지를 달아 소속감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서비스 직무인 만큼 고객이 쉽게 알아보고 응대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죠.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그룹에서 열리는 중요한 회의나 격식을 갖춰야 하는 행사에 참석할 땐 정장과 함께 회사 배지를 착용하지만, 평소에는 착용하지 않은 편”이라며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기 시작할 때부터 배지가 사라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