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에서 미국 유통 공룡 월마트는 유통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맡았다.
기조연설에 나선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란은 매장과 물류센터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월마트 생성 AI 솔루션을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이 종사하는 단순 노동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맥밀란 CEO는 “월마트가 AI 기술을 적용하는 기본 원칙은 ‘기술은 인간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무거운 짐 들기나 반복적인 작업에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은 더 효율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본 원칙은 다른 유통 현장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민간 최대 고용주라고 불리는 동시에 로봇·AI 같은 자동화 기술이 인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통한다.
수재인 나이트 전(前) 월마트 캐나다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 부사장은 30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4 유통산업포럼에서 “월마트 자료를 보면 매주 2억5500만명이 월마트를 찾고 이 소비자를 210만명 직원이 담당한다”며 “이 가운데 20만명 정도가 기술 그룹에서 일하고, 이보다 많은 25만여명이 매장에서 물건을 소비자에 직접 배달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나이트 전 부사장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월마트 캐나다에서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총괄 담당했다.
그가 맡았던 월마트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 부문은 유통업계에서도 AI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성형 AI 도구를 도입해 업무 방식을 빠르게 바꾸는가 하면, 재고 수량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장치를 도입해 효율을 높였다.
그럼에도 나이트 전 부사장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이 이뤄지려면 역설적으로 인간적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령 월마트는 현재 AI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뽑아 준다. 이 제품을 집으로 직접 배달하고, 정리하는 건 결국 직원 몫이다.
나이트 전 부사장은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려면 맞춤화한 쇼핑을 제공해 주는 단계를 넘어 필요한 물건을 직접 채워주는 단계까지 제공해야 한다”며 “특정한 식품이나 물건이 필요하다고 알려주는 건 AI지만, 직접 소비자 가정에 들어가 냉장고에 정리를 해주는 건 자격을 갖춘 월마트 직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면 유통산업 전체에 걸쳐 4000억~6600억달러(약 550조~910조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시점에서 AI 기술에 1달러를 투자하면 앞으로 3.45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소비자가 회수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월마트를 포함해 리테일 유통 리더 가운데 95%가 AI 기술이 앞으로 소비자 경험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