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물가 상승으로 점심값 지출이 늘어나는 것) 영향으로 편의점 간편식 매출이 늘어나자,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간편식 발주 방식 변경에 나섰다.

당일 주문 생산으로는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 발주 체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게 본사의 입장이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본부가 예측 생산으로 인한 손해를 점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동의 없는’ 발주 체계 변경 통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CU가맹점주협의회가 28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하고 있다. 아래에는 폐기된 간편식들이 상자에 담겨 있다. /민영빈 기자

CU가맹점주협의회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시간 연장 간편식 입고 방안은 반드시 철회하고, 현재의 당일 발주-입고 시스템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9일 BGF리테일은 가맹점주들에게 ‘이달 30일부터 도시락 등 간편식 점포 입고 시간을 24시간 연장하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방안이 시행되면 가맹점주들은 발주 마감 시간인 오전 10시에 발주한 간편식을 당일 오후가 아닌 그 다음 날 오후에 받게 된다.

협의회는 계절과 날씨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간편식의 특성상 이틀 전 ‘예측 발주’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날 실적을 바탕으로 당일 발주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틀 전에 미리 발주할 경우 변수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결국 폐기 비용만 늘어나는 등 매출 저하로 이어질 거라는 것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발주 마감 전 물량을 미리 예측해 생산하는 ‘예측 생산’에서 재고가 남자, 수십억원의 비용 절감을 위해 입고 시간을 연장한 것”이라며 “그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이 아닌 이상 예측 발주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 매번 같은 양만 발주해서 폐기되면 처분하고 재고가 없으면 못 파는 상황을 반복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라며 “이런 행위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부당 강요 행위’로 가맹사업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점주들의 동의 없는 발주안(案)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전국의 CU점주 709명(801개 점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7.3%가 24시간 연장 발주안을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판매 기회 손실(79.1%) ▲폐기 증가(78.3%) ▲발주의 어려움(74.2%) ▲점포 경쟁력 저하(52.0%) 등을 꼽았다.

또 다른 협의회 관계자는 “점주들의 동의만 전제된다면 우리도 따를 예정”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CU 편의점 도시락 코너. 기사 내용과는 무관. /뉴스1

이에 BGF리테일 측은 오히려 가맹점주들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간편식 배송 체계 변경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간편식 수요 증가에 따른 배송 지연이나 상품 결품 등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CU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고, 이 중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났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배송 체계를 변경하면 안정적인 생산 시간을 확보해 간편식의 품질을 향상하고, 배송 시간도 안정화될 뿐 아니라 기회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동종업계는 2022년부터 해당 배송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초기 운영 안정화를 위해 별도의 폐기 지원 제도 도입 및 매출 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 등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GF리테일 측은 점주들이 지적한 ‘동의 없는 통보’라는 주장은 일부 점주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BGF리테일 관계자는 “전국 1만8000여 개에 달하는 모든 점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장이 아니다”라며 “이번 개편을 위해 지난 3월에도 점주 대표들과 회의하는 등 건설적인 대화를 해왔고, 이에 수긍하고 동의하는 점주들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 판촉비처럼 점포의 부담이 단 1%라도 있다면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배송 체계 변경은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편의점 매출 이익을 서로 공유하는 입장에서 점포 매출이 올라야 본사도 좋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