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앤박 제품은 컬러밤부터 립 제품까지 전부 다 품절이에요. 오늘만 해도 10명 정도가 재입고 날짜를 물어봤는데, 확인해 보니 물류창고에 재고가 없어서 알 수 없다고 안내할 수밖에 없었어요.”

20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의 한 다이소 매장. 50대 직원 최 모씨는 “‘샤넬밤 저렴이 버전’이라면서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많이들 찾는 제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매장 내 화장품 코너에서 손앤박 ‘컬러밤 3종’은 테스트 제품을 제외하면 재고가 아예 없었다.

고물가에 ‘가성비’ 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의 저가 화장품이 인기다. 뷰티 인플루언서·유튜버와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4g·3000원)’이 명품 브랜드 샤넬 립 앤 치크(6g·6만3000원) 제품과 비슷하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제품들이 모두 동난 것이다.

직장인 한가희(27)씨는 “괜히 ‘다이소 유니콘’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라며 “3주 전에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추천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젠 테스트 제품 외엔 아예 구경조차 못할 정도”라고 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한 다이소 매장에 배치된 화장품 코너 앞에 손앤박 '컬러 밤 3종 테스트 제품'이 마련돼 있다(왼쪽). 현재 해당 제품은 온·오프라인상 모두 품절된 상태다. 앞서 먼저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VT리들샷도 다이소 홈페이지에서 매진된 상태다. /민영빈 기자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에 따르면 손앤박 컬러밤 3종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품절된 상태다. 기초화장품 VT코스메틱의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 매진 사태에 이어 두 번째다. VT리들샷은 한 병(50mL)이 3만원 이상 가격대로 판매됐지만, 다이소에서는 12mL짜리를 3000원에 살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품절된 바 있다. 현재 VT리들샷도 재입고되면 바로 품절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다이소 뷰티 부문 매출액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1~3월)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0% 올랐다. 색조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5%나 증가했다. 지난해 다이소 매출은 2조6050억원(2021년 기준)에서 3조4600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화장품업계에서는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이소는 모든 제품에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가격을 매긴다. 할인 행사가 없는 정찰제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이소에 입점한 화장품 업체들은 제품 포장이나 제품 광고·홍보(프로모션) 비용 등을 줄여 가성비를 높인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 비싸지는 이유는 거기에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라며 “포장이나 광고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도 박리다매로 이윤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이소 내 중소업체·유명 브랜드 등 입점 문의도 늘어나는 추세다. 4건에 불과했던 2021년 입점 문의는 2022년 7건, 2023년 19건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현재(2024년 5월 기준) 다이소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는 34개다. 제품 수는 310여 개에 달한다. 색조 화장품의 경우엔 중소업체 신규 브랜드 외에도 토니모리 본셉, 어퓨, 클리오 등 유명 브랜드 11개도 입점해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브랜드별 뷰티업체 입점도 늘릴 계획”이라며 “트렌디한 제품을 균일가로 선보이고자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고물가로 인한 경제 불황에서 같은 품질이라면 더 싼 가격을 찾는 소비자의 ‘최저가 구매’ 욕구가 이번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고 본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에도 로드 뷰티샵에서 나온 1000원짜리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며 “이번 품절 대란도 경제 불황에서 가성비 제품을 찾는 움직임이 모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