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를 내세운 불법 구매 대행·쇼핑몰 리뷰 아르바이트 신종 피싱이 횡행하고 있다. 피싱(Phishing)이란 피해자를 기망 또는 협박해 개인정보 및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거나 금전을 이체하도록 요구하는 불법 사기 행위다. 국회에선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사기통합신고대응원 신설 등이 담긴 ‘사기방지 기본법’이 발의됐지만,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사전적·통합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중피해사기방지법(사기방지 기본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 자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법은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발의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지급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e커머스를 통한 구매 대행·리뷰 알바와 같은 온라인 신종 사기는 해당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사기방지 기본법의 핵심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용역의 제공·재화의 공급’이라는 단서 조항을 없애고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경찰청 소속으로 신설해 관련 사기 범죄 수사 및 지급 정지 등의 조치를 관할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은 피싱처럼 고도화된 사기 범죄 수사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으로 ▲사기 관련 정보 수집 ▲사기 범죄 의심 금융거래에 대한 긴급 지급 정지 조치 ▲사기 범죄 의심 통신수단 차단 요청 ▲사기 위험 행위 유포 시 긴급 차단 및 중단 등을 담당한다.

그러나 사기방지 기본법은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의 이견 탓이다. 양 부처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수사 기관이 아닌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이라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유죄 확정 시 신상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조항이 다른 범죄 처벌과 형평성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오는 29일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온라인 사기 범죄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사기범들이 익명성 뒤에 숨었을 뿐 아니라 추적이 어려운 해외 IP, 텔레그램 등을 사용해 사실상 피해자 구제가 어려운 탓이다.

이윤성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관련 사기 범죄자 검거가 많지 않았고, 처벌로 인한 범죄 억제 효과도 크지 않았다면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춰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사각지대로 인한 국민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 지침만으로는 피해 방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업계도 모니터링을 강화해 자사의 명칭이 불법적으로 인용되지 않도록 예산을 들여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