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 플랫폼 매출 순위가 달라졌다. 빅3로 꼽히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의 매출이 전년 대비 모두 반토막난 가운데 젠테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젠테의 지난해 매출은 488억원으로 전년비(309억원) 약 57% 증가했다. 3년 연속 매출이 100억원 이상 성장했다. 영업손실은 54억원이다. 이는 주요 명품 플랫폼 중 매출 규모 1위다.
반면 2022년 기준 매출 1위였던 발란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891억원) 대비 56% 감소한 392억원으로 트렌비에게도 밀려 순위가 3위로 내려갔다. 영업손실은 100억원, 당기순손실은 1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줄며 영업손실도 전년(374억원)보다 줄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1억원 초과하는 등 재무상 어려움이 우려된다.
감사인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트렌비는 지난해 매출 402억원을 기록해 전년(882억원) 대비 약 44% 줄었다. 영업손실은 전년 208억원에서 지난해 32억원으로 감소했다.
머스트잇의 작년 매출은 249억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4.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022년 168억원에서 지난해 78억원으로 53.2% 줄었다. 다른 업체들에 비해 감소폭이 적었지만 역성장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만 지난해 5억6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 점유율 4위를 달리던 캐치패션은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달 돌연 서비스를 종료했다. 고질적인 적자 구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금 유치가 무산된 탓이다.
주요 명품 플랫폼 앱의 매출이 반토막난 것은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 침체 등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보복소비 열풍으로 이들 앱의 매출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경쟁에 나선 각 사가 스타 기용 등 광고 출혈 경쟁에 나서며 실속 없는 몸집 키우기에 그쳤다는 평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엔데믹 전환 후 해외여행 명품 구매가 늘었고, 고물가 장기화로 명품 구매 수요도 줄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젠테다. 2020년 처음으로 시장에 등장한 젠테는 유럽 현지의 7000여 개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을 직거래하는 구조다.
또 단순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브랜드의 기원과 디자이너의 이야기, 제품 특징 및 스타일링 방법 등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광고선전비도 지속 축소하는 등 홍보보다는 가격경쟁력에 집중했다.
다만 명품 수요가 지속 감소하고 있어 명품 앱 시장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명품 열풍이 끝나 명품 앱의 폭발적인 성장이 더이상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에 명품 플랫폼은 각자 생존 방정식을 구상 중이다. 발란은 글로벌 진출, 트렌비는 중고명품 사업 확장 등이다. 젠테는 블라인드리즌을 인수해 자체 브랜드(PB)를 만들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수익성 개선 작업도 나선다. 우선 광고선전비를 크게 줄였는데, 머스트잇은 158억원에서 37억원으로 76.58%, 트렌비는 122억원에서 29억원으로 76.23%, 발란은 386억원에서 101억원으로 73.83% 감소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명품 열풍은 끝났다. 다시 해외여행에서 명품을 살 수 있어 예전처럼 명품 앱이 부흥하기는 힘든 상태”라면서 “파페치가 헐값에 넘어간 것처럼 사업성이 뛰어나지 않으면 (명품 앱들이) 예전처럼 투자 자금을 유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