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 원두커피 등 히트상품 잇달아 배출해 온 편의점이 올해는 ‘양산빵’ 시장을 조준하고 나섰다. 그간 편의점 빵은 ‘싸구려 빵’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품질을 강화한 자체 빵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을 이끄는 효자 상품이 됐다.
편의점 빵의 위상을 높인 건 CU가 지난 2022년 2월 연세우유와 CU가 손잡고 출시한 ‘연세우유 생크림빵’이다. 빵의 절반 이상을 크림으로 채운 이 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반갈샷’(빵을 반으로 갈라 단면을 찍은 인증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 개를 돌파했다. ‘연세우유 생크림빵’ 덕분에 CU의 빵 매출 신장률은 2021년 12%에서 2022년 51%로 증가했다.
기세를 몰아 지난해 8월에는 베이커리 자체 브랜드(PB) ‘베이크하우스 405′ 시리즈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양산빵 판매에 나섰다. 베이크하우스 405 시리즈는 출시 6달 만에 누적 판매량 480만 개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2만3000여 개이니 1분당 약 16개씩 판매된 셈이다.
최근에는 제과 제빵 전문가 송영광 명장과 기획한 ‘명장빵’이 한 달 만에 3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덕분에 지난해 CU의 빵 매출 신장률은 38%를 기록했다. 올해 3월까지 매출 신장률도 31%에 달한다.
경쟁사인 GS25가 내놓은 ‘찰깨크림빵’도 인기몰이 중이다. 찰깨크림빵솔티밀크와 찰깨크림빵커스터드 2종이 출시됐는데, 출시 9일 만에 20만 개, 3주 만에 50만 개 이상이 판매됐다. 쫄깃한 식감에 크림을 넣어 고소하면서 달콤한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GS25는 2021년부터 베이커리 PB ‘브레디크’를 선보이고 있다. 이달 기준 누적 판매량 5000만 개를 돌파했다. 세븐일레븐도 2021년부터 베이커리 PB 브레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양산빵은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포켓몬빵’ 등이 출시돼 품절 대란이 일긴 했으나, 이는 빵이 아닌 캐릭터 스티커(띠부씰)를 얻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러나 최근 편의점들이 내놓은 양산빵은 ‘맛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편의점들은 유업체, 제과업체 등과 협업해 품질을 높이는 추세다. 가격이 1500~3000원으로 제과점 빵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편의점 빵이 인기를 끌자, 국내 양산빵 업계 1위 SPC삼립은 이달 초 크림빵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기존 ‘정통크림빵’보다 중량을 6.6배 키운 ‘크림대빵’을 편의점에 선보였다. GS25,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등에서 판매했는데, 발주량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64년 출시 정통크림빵은 국내 제빵업계에서 비닐 포장을 최초로 도입한 제품이다. 한동안 생산을 중단했다가 2022년 재출시됐다.
식품 대기업도 편의점과 손 잡고 빵을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CU와 ‘베이크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CJ제일제당과 함께 프리미엄 냉장 빵을 출시했다. 비비고, 햇반, 백설, 맛밤을 활용했다. GS25와는 맥스봉, 고메, 스팸 등을 활용한 조리 빵을 선보였다.
최근 들어 런치플레이션(점심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편의점에서 식사 대용으로 빵을 찾는 이들이 늘자. 이에 맞춰 식품 업체와 협업했다는 게 편의점들의 설명이다.
편의점 빵의 수요가 늘자 정체돼 있던 양산빵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1%대 성장에 그쳤던 국내 양산빵 시장은 2022년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8063억원, 2023년 17% 증가한 8497억원으로 추정된다.
편의점 한 관계자는 “일부 제품은 편의점 전자레인지를 활용해 살짝 데워 먹으면 제과점 빵에 못지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면서 “맛도 좋고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게 편의점 빵의 강점이다. 올해도 다양한 빵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