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전용 데이터홈쇼핑(티커머스) 채널 신설을 추진한다.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 채널 신설은 ‘판로 확대’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 관계 기관 등에서 꾸준히 요구해 왔던 과제다. 하지만 티커머스 업계는 방송 매출이 꺾인 상황에서 신규 채널이 등장하면 경쟁 심화로 인해 송출 수수료 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별위원회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하는 티커머스 채널 신설과 관련한 정책 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소기업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TV홈쇼핑 사업자가 티커머스 채널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티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통합위 특위에서 그러한 내용의 정책 제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와 관련해서 사업자들의 의견 청취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위원회 관계자는 “소상공인 특위의 제안들이 구체적인 내용까지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자세한 내용 등은 각 부처와 협의를 거쳐 다음 달 중순은 되어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통합위 특위에서 정책 제안을 발표하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해당 내용을 검토해 정책으로 추진한다.
통합위는 대통령 자문 기구이기에 강제성은 없지만, 통합위의 정책 제안이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발표되는 만큼 실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통합위의 제안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자살예방 상담번호가 ‘109′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 채널 신설은 중소기업계에서 수년째 요구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2016년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는 “티커머스 사업자의 재승인을 위해 중소기업 제품 우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이 이를 체감하긴 역부족”이라면서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를 설립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여러 차례 정책토론회를 통해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 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티커머스 업계는 ‘중소기업 판로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지난해 시장이 역성장을 기록한 만큼 악화한 상황에서 신규 채널이 들어서면 여러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한 티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티커머스 시장이 상황 좋지 않아 TV홈쇼핑도 아닌 티커머스에 중소기업 전용 신규 채널이 생기는 게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과잉 경쟁으로 인해 송출 수수료 등 비용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티커머스 사업자는 재승인 요건에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중 70% 이상을 유지하게 돼 있고 TV홈쇼핑과 달리 생방송 송출·화면비 규제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쟁만 부추기는 채널 신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에 따르면 티커머스 단독 사업자 5개 사(KT알파, 신세계라이브쇼핑, 더블유쇼핑, SK스토아, 티알엔)의 매출액과 취급고는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들 사업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고, 취급고는 4조2167억원으로 5.9% 줄었다.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40.9% 감소했다.
5개 티커머스 단독 사업자의 영업이익은 매년 증감을 반복해 왔지만, 취급고와 매출액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라고 협회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 채널을 신설하면 중소기업 판로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존 사업자들과의 갈등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더 많은 채널이 생기면 송출 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위해 채널을 신설하더라도 정부가 유료 방송사업자들이 과도하게 송출 수수료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중소기업 전용 티커머스 채널이 신설된다면 기존 업체들 입장에서는 재승인 심사 기준에 있는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중 등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