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는 가운데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법인 설립 이래 첫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세계건설 등 자회사 부진 이유가 크지만 본업 경쟁력 퇴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외형 측면에선 선방해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경영 성과 대결은 정용진 부회장의 패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139480)는 14일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69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마트가 연간 영업손실을 낸 것은 지난 2011년 신세계그룹에서 대형마트 부문이 인적분할돼 법인이 설립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이 큰 적자를 낸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마트 본사 전경./이마트 제공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만 해도 7.08%였지만 이후 5.44%(2016)→5.65%(2017)→3.72%(2018)에 이어 2019년에 처음으로 1%대로 떨어졌다(1.91%). 2020년에 2.08%를 했지만 2021년부터는 다시 1%대에 진입했고(1.77%) 지난해도 1.53%로 적자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다 올해 처음으로 역성장 했다.

외형 확대도 정체 상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9조4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소폭 증가했으나, 당기순손실도 18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연간 당기순이익 적자 역시 법인 설립 이래 처음이다.

반면 신세계(004170)백화점은 지난해 전국 백화점 사업부 매출액이 전년보다 2.8% 성장한 2조557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백화점 주요 점포 성장이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단일 점포 거래액 최초 3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경기 침체로 영업이익은 4399억원을 기록, 전년에 비해 12.4% 감소하며 뒷걸음질쳤다. 고물가, 고금리에 소비 심리가 주춤한 것이 원인이 됐다. 점포 리뉴얼 비용에 더해 수도·전기세 등 고정비용도 올라 수익성이 감소했다.

남매가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지는 못했지만, 경영 성과 대결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완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12월 정유경 부사장을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마트·식품·호텔 부문은 정용진 부회장이, 또 백화점·면세점·패션 부문 등은 정유경 총괄사장이 맡는 방식을 통해 남매 분리경영 체제의 초석을 다진바 있다.

이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2020년 9월 자신이 보유하던 이마트 지분 8.22%를 정용진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며 남매 분리경영 체제를 완성했다. 당시 종가 기준과 현재 주가를 비교하면, 신세계 주가는 10%대, 이마트 주가는 40%대 각각 하락했다.

내수 침체와 쿠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상으로 신세계그룹은 위기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3분기에는 계열사 임원의 40%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도 모두 교체됐다. 사실상 경질성 인사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정유경 경영 체제에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재계는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