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006840)의 자회사인 AK플라자의 적자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AK플라자가 내세운 ‘명품 없는 지역 근린형 백화점’ 전략이 시장 상황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AK플라자의 영업손실은 269억원으로 적자 폭이 41%가량 확대됐다. 매출은 2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가 사상 최대 매출액을 갈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2조5570억원, 롯데백화점은 3조3033억원, 현대백화점(069960)은 2조4026억원 등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어려운 업황에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VIP(우수 고객) 위주의 마케팅을 시행한 결과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AK플라자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롯데·신세계·현대에 이어 백화점 ‘빅4′ 자리를 놓고 갤러리아백화점과 경쟁했지만, 명품 브랜드 유치에 실패하면서 시장점유율이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작년 4분기 한화갤러리아의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3분기 누적 한화갤러리아 매출액은 2891억원으로 같은 기간 AK플라자(1676억원)보다 1.7배 높았다.

◇자금수혈, 흡수합병에도… 명품 없는 지역 근린형 쇼핑몰 ‘성과 미비’

AK플라자가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는 데에는 ‘명품 없는 지역 근린형 쇼핑몰’ 전략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AK플라자는 2021년부터 ‘명품 없는 지역 근린형 쇼핑몰’이란 콘셉트로 백화점 1층에 있던 명품을 내보내고 식음료와 리빙 매장을 넣는 재단장 했다.

이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보복 소비 열풍이 불면서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AK플라자는 코로나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이에 더해 경쟁 백화점들도 식음료와 볼거리 등을 강화하고 있어 AK플라자의 입지는 더 좁아지는 추세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백화점은 명품 매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더구나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백화점이 명품 매출을 포기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AK홀딩스는 AK플라자를 살리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수혈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3월과 4월 수원애경역사가 두 차례에 걸쳐 200억원을 빌려준 데 이어,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는 4월에 단행된 약 1000억원 규모의 AK플라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수혈했다.

이어 11월에는 핵심 점포를 운영하는 자회사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했다. AK플라자 점포 중 매출이 가장 높은 수원점을 운영하는 수원애경역사를 통합해 효율성과 재무 안전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VIP 혜택 축소에... 알짜점포 입지마저 좁아져

하지만 AK플라자는 실적이 개선되기는커녕 업계에서 존재감만 잃어가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VIP 혜택을 축소해 우수 고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동안은 크리스탈 등급(구매 금액 2000만원) 이상의 회원에게 발렛 및 종일 무료 주차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달부터는 발렛 서비스를 제공하되 주차 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한다. 또 기존에 VIP 라운지에서 제공하던 음료 테이크아웃 서비스도 중단했다.

사측은 근린형 백화점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서비스로 개편했다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선 백화점업을 모르는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알짜 점포인 수원점의 전망도 녹록지 않다. AK플라자 수원점은 이미 갤러리아 광교점이 들어선 후 매출이 밀리고 있는데, 신세계그룹이 이달 스타필드 수원점을 개장하면서 경쟁사가 하나 더 늘어 2위 자리 마저 지키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입지가 미치는 영향이 70~80%이기 때문에 매장 근처 고객에게 혜택을 주며 유치하는 것도 좋은 전략 중 하나”라면서도 “다만 명품 대신 다른 걸 채워 넣었을 땐 ‘몰’이라는 또 다른 유통업체를 뛰어넘을 수 있는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지역 친화형 쇼핑몰로 목표를 세운 지 4~5년 됐는데 그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분당점에 무신사 스탠다드를 넣는 등 앞으로도 계획했던 방향 그대로 근린형 쇼핑몰 콘셉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