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라이브시티 조성 사업이 경기도와의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CJ라이브시티는 CJ(001040)그룹이 총사업비 2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 국내 최초·최대 음악공연 전문 아레나 등 K콘텐츠 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후 공사가 중지되면서 ‘국내 최초’ 타이틀을 외국계 ‘인스파이어 아레나’ 빼앗겼고, 2026년 완공 목표 달성도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래픽=손민균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인 이유는 주무관청인 경기도가 완공 기한 연장을 승인해 주지 않는 데다, 1000억원에 달하는 지체상금을 CJ라이브시티 측에 요구하고 있어서입니다. 이에 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는 완공 기한 연장을 허가받지 못해 건설 자금 확보와 공사 재개가 어려워 공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CJ라이브시티 사업은 2015년 경기도가 고양관광문화단지 내 K컬처밸리 조성을 위한 공모형 건설투자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사업에 단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CJ는 경기도와 2016년 사업 협약을 맺고, 2020년까지 해당 사업을 완공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CJ가 11개월 간 경기도의회의 행정 사무조사를 받고,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행정 절차에만 50개월을 소요하게 됩니다. 결국 CJ라이브시티는 당초 완공하기로 한 2020년 12월을 훌쩍 넘긴 2021년 10월에야 아레나를 착공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아레나 공사는 지난해 4월, 공정률 17%에서 중단됐습니다. 이미 70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국전력의 대용량 전력 공급 유예 통보 등이 겹치며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게 된 것이죠.

CJ라이브시티 측은 공사를 계속하기 위해선 경기도가 ‘완공 기한 연장’을 승인해 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만 에이이지(AEG) 같은 해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가능해져 사업을 완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CJ라이브시티는 전 세계에 160개 아레나를 운영 중인 세계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AEG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지방 정부와의 계약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이미 계약이 위반된 것으로 되어 있는 사업에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해당 사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준공 후 허가 과정에서 또다시 지자체와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투자를 꺼린다는 설명인데요. 여론에서 주로 언급되는 “지체상금 부과 여부는 그다음 문제”라는 게 회사 측 입장입니다.

그래픽=손민균

CJ라이브시티 측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10년 만에 재가동한 ‘민관 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에 “완공 기한을 연장해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며 사업협약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조정위는 지난해 12월 경기도에 완공 기한 연장 등을 주문했고, CJ라이브시티 측에 사업의 신속한 재개 등을 권고했습니다.

CJ라이브시티는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등 공사 재개를 준비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여전히 완공 기한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공기를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한 지체상금을 받지 않으면 특혜나 배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죠.

하지만 공기를 맞추지 못한 것이 CJ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게 해당 사업을 보는 시선입니다. 행정 절차가 길어진 데엔 경기도의 탓이 크다는 거죠. 아레나 건축 허가조차도 완공일을 6개월 넘긴 2021년 6월에야 승인이 났으니까요.

지난해 말 미국 리조트 기업 모히건이 인천 영종도에 설립 개장한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인천시가 두 차례에 걸쳐 사업 기한을 39개월 연장해 준 것으로 알려집니다. 덕분에 외국계 회사가 ‘국내 1호 K팝 아레나’ 타이틀을 꿰차게 됐습니다.

최근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초대형 구(球) 모양의 공연장을 세운 스피어가 약 2조원을 투자해 경기 하남시에 공연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에 하남시가 관련 행정 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원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경기도의 ‘소극 행정’이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CJ라이브시티는 사업비만 2조원이 투입되는 경기 북부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입니다. 사업 부지만 32만6400㎡ 규모에 이르죠. 최근 들어 K컬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는 만큼,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향후 10년간 생산 및 부가가치 약 30조원, 9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 연간 1조7000억원이 넘는 소비 파급 등의 낙수 효과가 예상됩니다.

반대로 사업이 좌초하면 수십조원의 기회비용이 증발할 거란 계산입니다.

현재 CJ라이브시티는 사업 지연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CJ라이브시티의 지분 90%를 보유한 모 회사 CJENM이 회사에 지급보증한 규모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335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CJENM의 재무 상황도 악화할 우려가 큽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CJ라이브시티에 대해 “공사 조건 재협의 및 공사 재개 시점에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어 전반적인 회사의 사업 및 재무위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경기도의 결단에 이목이 쏠립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작년 말 국토부로부터 조정안을 통보받았고, 현재 국토부 실무 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달 중순 수정된 조정안을 최종 통보 받으면 해당 조정안을 검토한 뒤 이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