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4년 9개월가량 이어진 LG생활건강(051900)과 쿠팡의 납품 갈등에서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반대로 쿠팡으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당한 CJ올리브영도 우월적 지위 논란을 피해갈 지 주목된다.

그래픽=정서희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대웅)는 1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과징금 및 시정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라면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공정위가 전부 부담하게 됐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2019년 공정위가 LG생활건강으로부터 쿠팡이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를 벌인 결과다.

쿠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번 판단은 빠르게 뒤바뀌는 유통시장의 변화를 고려한 판단이라 생각된다”면서 “유통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CJ올리브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CJ올리브영이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과의 거래를 막았다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쿠팡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CJ올리브영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올리브영에 대한 심층 조사를 벌였다.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혐의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공정위 처분과 별개로 쿠팡이 신고한 사안은 공정위에서 처리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회사 측으로 통보된 사안은 없다”고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도 지난해 말 시장 획정 문제로 CJ올리브영에 대한 과징금을 축소했던 만큼 이번 법원의 판결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날 판결이 CJ올리브영은 물론 유통업계 전반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 규모를 크게 볼수록 유통 업체들의 지위가 낮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생건과 쿠팡은 지난달 중순 거래를 재개했다. 양사가 협의를 지속한 결과다. 엘라스틴·페리오·코카콜라 등 LG생건 상품들을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