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는 연예인처럼 우상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더 가깝고 동반자적인 관계입니다. 내가 닿을 수 있고 추종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는 그들이 고른 물건이니 믿고 구매를 하는 것이죠. 팔로워수가 적어도 연계 구매율이 높아 인플루언서 한 명이 수십·수백억원의 매출을 냅니다.”

오종철 안목고수 대표는 소위 ‘공구(공동구매)’로 불리는 인플루언서 커머스가 가진 파급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가 가진 남다른 취향과 안목이라는 콘텐츠가 열렬한 팬덤(fandom) 소비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 사이에서 흔한 공구는 인플루언서 문화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류, 다이어트 효소, 단백질 쉐이크, 다이어트 차, 화장품 등의 제품을 소개하고 일시적으로 구매창을 열면 소비자들이 접속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유명한 브랜드 제품도 있고 자체 제작 상품도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의 2020년 SNS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000명 중 90%(3636명)가 SNS를 이용하고 그중 52.1%(1893명)가 공구와 같은 SNS 마켓을 통해 쇼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구 문화가 확산하자 학계에서는 I2C(Influencer to customer)라는 신(新)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오종철 안목고수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최효정 기자

오 대표는 지난 2017년 안목고수의 전신인 ‘파라스타’를 설립해 인플루언서 사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안목고수는 소속 인플루언서들을 직접 브랜딩하고, 제품을 직접 소싱해 인플루언서와 연결해주는 일종의 인플루언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이다.

안목고수는 공구에서 유명한 대표 품목 중 하나인 ‘효소’를 한 유명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시장에 최초로 선보여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9년 VC 본앤젤스와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021년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고 작년 누적 거래액이 450억원을 넘겼다.

현재는 단순 커머스 중개뿐 아니라 인플루언서 간 커뮤니티 서비스를 출범해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플루언서 개개인의 IP(지적재산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들을 한 자리에 모아 ‘안목페스타 2024’를 개최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지금은 취향이 세분화된 시대다. 사회가 풍요로워져서 필요가 아닌 감성이나 만족감으로 소비한다”며 “예전엔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이 좋은 물건이라는 식으로 단순했다면 지금은 인플루언서들이 특정한 하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 집단의 리더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SNS 팔로워(추종자)들은 인플루언서의 선택에 환호하고 지지하고 연대한다. 이들이 고른 물건을 따라 사는 것이 자신이 직접 선택했을 때 드는 시간과 실패 가능성을 줄인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제품에 대한 사진 한 장만 올려도 팔로워들은 ‘제발 팔아달라’ ‘언니 제발 공구를 열어달라’고 역으로 요청한다. 그만큼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인플루언서의 공동구매(공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인플루언서란 존재는 내가 꿈꿨던 삶을 사는 존재들이다. 스타나 유명 지식인·운동선수는 어마어마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영향력이다. 우상이지만 내가 닿을 수 없는 존재다.

반면 인플루언서는 친구 혹은 지인이 될 수도 있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존재들이다. 다만 내가 동경하는 삶을 실제로 살고 있다. 예를 들면 자녀가 있는 유부녀인데 겨울에는 스키장에 가서 스키를 타고 여름에는 발리에 가는 그런 삶을 인스타그램 등에 전시한다.

이 사람은 어제까지만 해도 나랑 똑같은 애엄마였는데 SNS문화가 생기면서 갑자기 인플루언서라는 존재가 된거다. 내 삶의 가장 가까운 영향력으로 수평적 관계다. 소비자들은 이들의 취향을 동경하고, 이들의 취향을 추종 소비한다. SNS 팔로잉 이후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굉장히 높다. 극도로 충성도가 높은 강력한 소셜 팬덤 소비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리바이스도 공구를 한다. 공구와 일반 커머스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요새는 사람들이 유행과 트렌드를 알기 위해 백화점에 가는게 아니라 SNS를 본다. 인플루언서 공구는 이제 일종의 인터넷 팝업 스토어랑 비슷해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리바이스나 불리 향수처럼 명품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까지 공구를 열었다. 공구로 판매하는 제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셈이다. 성수동에서 단기간 팝업이 열리는 것처럼 한 유명 인플루언서 소개로 일시적으로 공구가 열리는 것이 일종의 인터넷 팝업 스토어처럼 여겨진다.”

―인플루언서 브랜드의 가능성은

“문화가 파편화되면서 취향은 점차 세분화된다. 이제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소비를 하고 누군가에겐 전혀 필요없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겐 큰 돈을 주고서라도 꼭 갖고 싶은 물건이 된다. 인플루언서 브랜드처럼 개인화된 IP(지적재산권)는 소비자에게 친근감 있는 태도로 접근하고 소비자의 피드백과 요청을 적극 반영한다. 대기업 제품과는 다르다.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제작한 제품들은 특별하다. 명품보다 더 눈에 띄는 제품들이 많다. 이제 사람들 만족도는 단순히 비싼 제품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특별한 제품들이다. 인플루언서 브랜드는 일종의 ‘포스트 명품’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개인이 힘이 되는 시대에 인플루언서 IP가 커머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를 모아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공구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는데 아직 인플루언서 문화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인플루언서들도 개개인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더 파급력을 확장한 커머스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

안목고수는 소속이나 계약 느낌이 강한 MCN적 방식이 아니라 인플루언서들을 모아 느슨한 연대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서로 배우며 ‘선한 인플루언서 문화’를 정립해 나가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한다. 이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커머스를 컨설팅하고 자체 커머스 플랫폼도 만들어갈 예정이다. 공구 구매 오픈 예정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전 예약 구매 등 서비스 등 소비자와 인플루언서 양측에 더 편리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인플루언서들에 ‘팔이피플’이라는 비난도 있는데

“인스타그램 게시글(피드)을 조금만 흝어봐도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이 보인다.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삶의 방향성이 없는 인플루언서, 일명 ‘팔이피플’ 들은 시장에서 금세 도태된다.

프로 의식이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CS(고객서비스)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자신의 팬덤이 제품 구매 이후 불편을 겪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 한다. 제품 선정과 판매에도 매우 까다롭다. 자신이 고른 제품이, 곧 자신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과 미감에도 매우 민감하다.”

―안목고수의 다음 목표는.

“SNS커머스는 이미 젊은 여성 중 반 이상이 경험했다. 더 확장되어갈거라고 생각한다. 신흥국이 주 타깃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페이스북 기반으로 성장중인데 5년에서 10년 정도 기간으로 우리 공구 문화를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플루언서 커뮤티니와 커머스 플랫폼 기반을 국내에서 닦고 이들 국가에도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