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때... 우리가 헤어진 게 2000년도인가?” (신동엽)“오늘 이 자리가 너무 비현실적인거 알아? 이렇게 만나는 게 너무 이상해.” (이소라)
지난달 6일 유튜브 메리앤시그마 채널의 예능 콘텐츠 ‘슈퍼마켙 소라’에서 방송인 이소라와 옛 연인 신동엽이 23년 만에 재회하는 모습이 방영돼 화제를 모았다.
만남과 결혼, 양육과 돌봄 등 다양한 개인사가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방송계에서도 이별한 연예인들이 수십 년 만에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낯설고도 신선했다. 그만큼 해당 콘텐츠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개 5일 만에 470만 조회수를 돌파했고, 채널 구독자 10만 명을 모았다.
‘슈퍼마켙 소라’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콘텐츠 기획사 메리고라운드컴퍼니(이하 메리고라운드)가 선보인 첫 작품이다.
메리고라운드컴퍼니는 CJ ENM(035760) 출신 김지욱, 임우식 PD가 창업한 콘텐츠 제작사로, 더에스엠씨그룹의 자회사로 ‘압박면접’ ‘꽃밭병동’ 등을 선보인 스튜디오시그마와 합작해 메리앤시그마 채널을 개설했다.
CJ ENM 온스타일 CP 출신의 김 PD는 ‘겟잇뷰티’ ‘제시카&크리스탈’ ‘도수코 가이즈&걸스’ ‘채널소시’ 등 리얼리티 예능 히트작을 배출했다. 이후 SM C&C(048550) 본부장을 맡으며 ‘진리상점’ ‘펫셔니스타 탱구’ ‘소녀 포레스트’ 등 작품 제작을 총괄했다.
공동 창업자인 임우식 PD 역시 CJ ENM 출신으로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을 연출했다. 이후 딩고 스튜디오에 합류, 딩고 뷰티, 딩고 스타일의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했고, K팝 미디어 hello82를 운영하는 헬로에이티투의 대표를 지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에이티넘파트너스의 100% 자회사인 에이티넘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 유치를 받으며 창업 기반을 마련했다.
방송에 잔뼈가 굵은 이들이 디지털 콘텐츠에 뛰어들자마자 히트작을 배출하자, 업계는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 크리에이터 중심에서 유명인과 방송 전문가들이 뛰어드는 최근 유튜브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두 대표는 “콘텐츠 커머스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라며 “그동안의 네트워크와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광고, 커머스까지 확장해 콘텐츠 사업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두 대표와의 일문일답.
―메리고라운드는 어떤 회사인가.
(임우식, 이하 임) “디지털과 TV,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아우르는 콘텐츠 오리지널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콘텐츠와 커머스 사업을 하는 회사다.
나와 김 대표는 지난 20여 년간 엠넷, 온스타일, QTV 등 방송국에서 여러 히트작을 만들어 왔고, 이후에는 딩고, SM C&C 등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했다. 특히 뷰티·패션·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콘텐츠-광고-커머스’로 연결되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셀러브리티(셀럽·유명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 역량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광고, 커머스까지 확장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이 우리의 강점이다. 이를 최대한 발휘해 콘텐츠 사업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생각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무엇인가.
(임) “크게 두 가지다. 콘텐츠 자체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과 콘텐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글로벌 방영권 및 포맷 판매, 광고 수익, 콘텐츠 IP를 활용한 굿즈(기념품) 판매 등이 콘텐츠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것이라면, 커머스·음악·매니지먼트 사업 등을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 콘텐츠의 성공이 2차 사업의 성공으로 직결되도록 하는 것이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콘텐츠 사업이다.
일례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훌륭한 콘텐츠일 수 있지만, 사실은 이를 통해 배출될 아이돌 그룹을 위한 마케팅용 콘텐츠에 가깝다.
프로그램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여기서 나온 아이돌 그룹으로 더 큰 수익을 내고 더 큰 사업을 한다. 콘텐츠의 효용을 바꾼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니즈가 생기면서 콘텐츠 IP를 갖고 부가 사업을 하며 흑자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슈퍼마켙 소라’로 출발부터 화제를 모았다. 신동엽 편의 경우 공개 한 달여 만에 100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김지욱, 이하 김) “이소라 씨와는 10년 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작업으로 만났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거의 1년간 의논을 했다. 유튜브의 경우 남자 진행자 위주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토크쇼로 판을 바꾸고 싶었다.
‘슈퍼마켙 소라’는 빠르고 자극적인 최근 유튜브 콘텐츠와 달리 진행이 차분하고, 호흡이 빠르지 않다.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이 적중했다.
1회 신동엽 편의 총 듀레이션(프로그램 진행 시간)이 48분 정도 되는데, 지속 시청 시간이 무려 30분이 넘는다. 유튜브는 꼭 이래야만 한다는 관례를 깬 셈이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댓글을 보면 ‘진짜 그 사람의 매력이 보여 좋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다.
신동엽 편은 사실 대본도 없었다. 대신 이소라 씨가 많은 준비를 했다. 23년의 세월을 노트 한 권에 정리해 오셨더라. ‘슈퍼마켙 소라’는 이소라 자체가 콘텐츠이며 힘이다.”
(임) “슈퍼마켓이라는 배경에 연예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에 공감하는 기업들이 많다. 1편이 나가자마자 간접광고(PPL) 문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한 편당 최대 2개 제품만 소개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
―1편부터 출연진이 화려한데.
(김) “‘세월의 섭외’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웃음) 시즌1은 이소라 씨의 지인들을 위주로 편안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꾸며 나갈 생각이다. 지인들이라 섭외가 쉬울 거 같지만, 이런 경우 오히려 진행자가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 성시경, 서장훈, 이수근, 장윤주 편이 방송됐고, 이후에는 여성 게스트들이 집중적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녀들도 출동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를 해 달라.”
―’슈퍼마켙 소라’ 외에 기획하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김) “유튜브 예능으로 준비 중인 라인업들이 꽤 있다. 올해 5~10개 정도의 채널로 확대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유튜브 중심의 콘텐츠만 선보이는 건 아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모든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할 방침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아이돌 오디션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게 만든 콘텐츠 IP를 확장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슈퍼마켙 소라’의 경우 향후 골프, 패션까지 콘텐츠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직접 선정한 상품을 모아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선보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커머스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했다. 소비 시장에서 갈수록 콘텐츠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 “비디오 콘텐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로 보아야 한다. 이전에 말과 글로 하던 모든 것들이 비디오로 가능해졌고, 심지어 비디오가 말과 글을 대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비단 커머스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를 ‘TV 프로그램’으로 인식하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언어이자 수단으로 인식하고 이 기반 위에서 미래의 콘텐츠 사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너도나도 콘텐츠 커머스를 하니 식상하기까지 하다. 콘텐츠 커머스의 성공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 “콘텐츠 커머스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며, 명확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이것이 콘텐츠와 광고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강력한 힘이다.
SM C&C 시절 소녀시대 태연과 ‘펫셔니스타 탱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태연의 반려견 제로와 태연의 LA 여행기를 다룬 여행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가장 많은 커머스 제안을 받았던 제품이 강아지 사료였다.
그러나 제로는 사료를 먹지 않고 화식(火食·음식물을 불에 익히거나 삶아서 먹는 것)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사료를 콘텐츠 커머스로 확장을 할 수 없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커머스로 이어질 때 성공에 다가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최근 콘텐츠 커머스 시장의 트렌드는?
(김) “콘텐츠 커머스를 준비하면서 많은 셀럽과 셀러(판매자)를 만나며 내린 결론은 ‘셀럽은 셀러가 되기를 바라고, 셀러는 셀럽이 되기를 바란다’는 점이었다. 변화를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고, 명분은 바로 콘텐츠다. 콘텐츠에 답이 있다.”
―메리고라운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임) “최종 목표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우리의 정체성은 콘텐츠 제작사 메리고라운드컴퍼니였으면 한다. 콘텐츠로 시작해서 커머스·매니지먼트·음악 사업 등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지만, 끝까지 메리고라운드의 중심은 콘텐츠 제작 사업일 것이고, 우리의 핵심 역량은 좋은 콘텐츠를 누구보다 잘 만드는 것일 것이다.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콘텐츠 제작사’로 인식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