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트업계 1위 이마트(139480)가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상봉점의 영업을 종료한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후 24년 만이다.
이로써 이마트는 천안 펜타포트점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점포를 폐점하게 됐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5월로 건물 임차 계약이 만료되는 상봉점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상봉점 입점 업체들은 해당 점포의 폐점에 따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매장 종료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 상봉점에 입점해 있는 A 업체 관계자는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계약 만료 전까지 임대 매장들이 순차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지는 아주산업 소유로 7246.3㎡(약 2200평) 규모다. 이곳은 상봉 재정비촉진지구 중심에 위치해 지하 7층, 지상 28층 규모의 주상복합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상생주택’ 사업지도 이곳이다. 오 시장은 이곳에 들어서는 주상복합시설에 상생주택 12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상봉점에 앞서 천안 펜타포트점도 오는 4월 폐점할 예정이다. 펜타포트점 역시 올 상반기 중 임차 계약이 만료되는데, 이마트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이를 이유로 해당 점포는 현재 봄학기 문화센터 신청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잇따른 점포 폐점은 “오프라인 유통 본업에 집중하겠다”라고 선포한 최근 전략과 대치되는 행보다. 지난해 9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대표이사에 오른 한채양 대표는 오프라인 점포를 강화하는 등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한 대표는 11월 열린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그간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이유로 출점을 중단하고 일부 점포를 폐점했지만, 내년부터는 우리의 영업 기반인 점포의 외형 성장을 재개하겠다”라며 “내년 5개 점포 부지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몇 년간 이마트가 G마켓, W컨셉, 신세계야구단, 미국 와이너리 등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을 위해 성수점 등 주요 점포 매각을 추진했으나, 앞으로는 점포 매각 및 폐점을 중단하고 신규 출점을 통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강화의 균형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점포 폐점은 점포 효율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마트는 낮은 수익성과 높은 임대료를 이유로 두 점포를 폐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봉점은 직선거리 200m를 두고 코스트코, 홈플러스가 위치해 있어 고객 수요가 분산됐다. 펜타포트점 역시 인근에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코리아 등이 있어 경쟁이 치열했다.
이마트는 최근 몇 년에 걸쳐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2022년엔 시화점·가양점, 작년엔 성수점·이수점·광명점을 정리했다. 지난 2020년 141개였던 할인점 점포는 현재 133개까지 줄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펜타포트점과 상봉점의 점포 운영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로 검토 중”이라며 “폐점 외의 방안들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2조11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 줄어든 39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3분기 본업에 해당하는 별도 부문 영업이익이 5% 증가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편의점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하나의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통합추진국을 신설했다. 3개 사업군의 매입·운영·물류 등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쇼핑(023530)이 마트와 슈퍼 매입을 통합한 결과 매출총이익이 2.3% 증가한 바 있다. 이마트 3사의 지난해 매출 원가가 14조970억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이마트가 통합 매입으로 롯데쇼핑 수준의 매출원가 절감을 달성할 경우 9022억원을 절감하게 된다. 매출총이익 역시 같은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1119억원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오프라인 사업의 통합 매출이 19조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률이 이미 낮은 수준이라, 원가율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인 실적 개선 시그널은 아직 부족하지만, 조직 개편 이후 신규 점포 출점, 기존점 리뉴얼, 통합 운영 등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어 변화가 감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