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알고리즘을 알고 싶어하지만, 기획이 안 좋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콘텐츠 기획이죠.”
유튜브 채널 ‘검정복숭아’의 운영자이자 히든브레인연구소장, 출판사 ‘열린 인공지능’을 이끄는 송태민(44) 대표는 유튜브 기반의 콘텐츠 커머스 성공 조건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어비’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곰플레어의 웹 디자이너로 시작해 싸이월드, SK커뮤니케이션즈, 현대엠엔소프트, SK플래닛, LG유플러스(032640), 이베이코리아 등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이력을 쌓았다. 지난해 SK디스커버리(006120)를 퇴사한 후엔 IT 전문 방송인 및 크리에이터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구글 프로덕트 엑스퍼트(Google Product Expert·GPE)’라는 이색 타이틀도 갖고 있다. GPE란 구글이 인정한 외부 제품 전문가다. 송 대표는 유튜브 알고리즘 부문 전문가로, 국내 GPE 중 가장 높은 플래티넘 등급을 갖고 있다. 해당 등급을 가진 이는 국내에 3명이 있다.
그는 1년에 한 번 구글로부터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습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구글 제품 이용자에게 전수한다. 유튜버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무료 컨퍼런스도 연다. 그런 이유로 유튜버들 사이에서 송 대표는 ‘유튜버들의 유튜버’ ‘유튜버들의 스승’이라고도 불린다.
기업과 기관의 소셜미디어(SNS) 전략 컨설팅도 진행한다는 송 대표는 “많은 기업이 해당 업무를 말단 사원에게 맡기거나 알바(아르바이트)생을 시키는 게 안타깝다”며 “유튜브 운영은 정말 어렵다. 콘텐츠 커머스로 성공하기 위해선 유통 전문가, 콘텐츠 기획 전문가, 채널 운영자가 합심해 3박자를 잘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6일 송 대표를 만나 콘텐츠 커머스에 대한 생각과 성공 전략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송 대표와의 일문일답.
―GPE란 무엇인가.
“유튜브, 유튜브 뮤직, 지메일 등 구글이 다양한 제품(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를 뜻한다. 구글에는 ‘프로덕트 엑스퍼트’라는 슈퍼 유저(사용자) 커뮤니티가 있는데,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질문하고 답하는 공간이다. 거기서 심도 있게 답변하고, 지식을 나누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걸 본 구글 측이 지난해 제안을 해왔다.
국내에 GPE는 15명이 있고, 가장 높은 등급자는 플래티넘 등급으로 나를 포함해 3명이 있다. 상위 레벨들은 일 년에 한 번 전 세계 GPE들이 모이는 행사에 초청돼 별도의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다른 유저들이 구글 제품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에 지식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유튜브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자기 계발을 주제로 한 자체 유튜브 채널 ‘검정복숭아’ 외에 100여 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구글 측이 교육하긴 하지만, 그 내용을 발설할 순 없으니 스스로 연구해 알아내고 유저들과 공유한다. 제품의 신기능이 출시되기 전에 미리 테스트해 보고 오류가 발생하면 유튜브 본사에 시정 요청을 하기도 한다.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무료 콘퍼런스도 운영하는데, 한 번 행사에 300~500명 정도 참석한다. ‘유카톤(유튜브 해카톤)’도 주최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2박3일간 밤새 유튜브를 하면서 멘토링을 해주는 행사다.”
―다양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의 전 세계 1등 구매자로도 유명한데.
“다양한 IT 회사를 거치며 여러 가지 취미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잡기(雜技)’가 쌓여 전문가라 불리고 있다.(웃음) 1999년 곰플레이어 웹 디자이너로 시작해 총 13개 직장을 거쳤고, 지난해 4월 SK디스커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제작 책임자)를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을 종료했다.
초창기 IT업계는 웹 디자이너가 기획도 하고 개발도 해야 했는데, 그렇게 익힌 잡기가 유튜브와 만나 시너지가 났다. 유튜브에선 영상만 잘 찍는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고, 출연도 잘하고, 기획도 잘하고, 마케팅도 잘해야 하지 않나? 내가 가진 모든 걸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아, 유튜브가 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원래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고, 원리를 알아내는 걸 좋아한다. 아이패드 미니와 애플워치를 전 세계 1등으로 구매했고, 구글 글라스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구매했다. 음반도 40장 정도 냈고, 책도 다수 출간했다. 방송 활동도 하고 있다.
최근엔 인공지능(AI)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지난해 챗GPT로 일주일 만에 100인이 100권의 종이책을 출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많은 타이틀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IT 전문 방송인’ ‘IT 크리에이터 어비’라고 불리는 걸 제일 좋아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유튜브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유튜브는 크게 ‘기획’과 ‘운영’ 두 축이 있다. 기획은 콘텐츠, 운영은 알고리즘이다. 둘 중 더 중요한 건 콘텐츠 기획이다. 많은 이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알고 싶어하지만, 기획이 안 좋으면 아무리 알고리즘을 활용해도 조회수를 못 올린다. 좋은 콘텐츠를 자주 올리는 게 가장 좋다. 알고리즘은 유튜브 서버를 움직이는 방식을 잘 알면 익힐 수 있다.”
―유튜브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쇼핑 서비스를 출범했다. 이유가 뭘까.
“유튜브는 쇼핑 서비스를 출범하면서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았다. 그 이유는 한국이 제일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크리에이터가 물건을 팔아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왜 걔가 돈을 벌어?’라고 생각한다. 외국은 그런 반감이 없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유튜브 측도 한국에서 쇼핑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다른 나라에도 적용하기 수월할 거로 생각한 거 같다.
유튜브 쇼핑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곧 자리를 잡을 거라고 본다. 과거 유튜브에서 뒷 광고가 문제가 된 적도 있지만, 이젠 앞 광고 격인 간접광고(PPL)가 보편화된 것 처럼 말이다.”
―구글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유튜브 쇼핑 파트너로 선정하고, 260억원을 투자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유튜브 쇼핑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유튜브 채널이 없는 소상공인이 바로 유튜브 쇼핑에 뛰어들 순 없다. 유튜브 쇼핑을 하기 위해선 채널의 수익화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구독자 500명 이상·시청 시간 3000시간 이상이라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것도 구독자 1000명·시청 시간 4000시간에서 조정된 것이다. 허들을 낮췄지만, 일반인이 조건에 맞는 채널을 키우려면 1년은 걸린다.
따라서 소상공인이 유튜브 쇼핑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다. 유튜브 쇼핑 파트너인 카페24(042000)가 유튜버들과 연계해 소상공인들에게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방안으로는 소상공인 쇼핑 채널을 운영하는 전문 업체가 나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라이브 커머스가 유행할 때 전문 플랫폼들이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유튜브 쇼핑을 운영해 봤나?
“1~2월 출범을 목표로 새 유튜브 쇼핑 채널을 준비 중이다. 상품을 소싱(조달)하고, 라이브 판매 방송을 하고 수익까지 내는 ‘판매 스토리’를 콘텐츠화한다는 구상이다. 유튜브 전문가인 나와 기획 전문가인 개그맨 이문재, 유통 전문가 3인이 의기투합했다. 채널명은 3명의 유통사라는 의미로 ‘삼통사’라고 지었다. 올 상반기 안에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시청자를 고객으로 전환하는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스토리텔링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이 물건 좋아요’라고 한다고 판매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저 사람들이 이번엔 뭘 팔까’하고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튜브·콘텐츠·유통 3명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내가 ‘삼통사’를 기획한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튜브는 정말 어렵다. 그런데 많은 회사가 유튜브를 말단 직원이나 알바생에게 시킨다. 그러면 안 된다. 영상이 올라오면 실시간 반응을 보면서 제목과 댓글을 바꾸며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광고를 돌려 단시간에 채널을 키우는 게 수월할 수 있다. 실제 채널 활성화를 위해 광고비 20억을 들여 100만 구독자를 모은 곳도 있다. 그러나 구독자 수와 뷰 수가 비례하진 않는다.
가짜로 채널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일부 하청을 주는 업체의 경우 채널 분석을 하다 보면 뷰봇(시청자 수나 팔로우 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로봇)을 사용해 가짜로 조회수를 높인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라면 윗분에게 보고하긴 좋겠지만, 채널을 지속 성장시키긴 어렵다. 끊임없이 트렌드를 캐치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