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롯데백화점·신세계(004170)백화점·현대백화점(069960)·갤러리아·AK 등 국내 5대 백화점의 매출이 40조원에 육박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국내 백화점 점포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이 넘어섰고, 2조원이 넘는 점포도 3곳이 나왔다.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점포는 총 12개로 전년보다 1개 점이 늘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70개 점포의 매출은 39조618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38조9515억원) 대비 1.7%가량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연 매출이 14%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줄었다.

그래픽=정서희

1위는 단일 백화점 점포로는 처음 매출 3조원 시대를 연 신세계 강남점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전년 대비 5.5% 늘어난 3조678억원으로 1위를 지켰다. 전 세계적으로 매출 3조원을 넘는 백화점은 영국 해롯백화점 런던점(3조6400억원)과 일본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3조1600억원)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조 클럽에는 기존의 롯데 잠실점과 함께 롯데 본점과 신세계 센텀시티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롯데 잠실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1위인 신세계 강남점과 3000억원가량 격차가 났다. 롯데 본점, 신세계 센텀시티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7%, 6.9% 증가했다.

1조 클럽 점포는 현대 판교점과 신세계 대구 등 8곳으로 집계됐다. 더현대서울은 연 매출 1조1085억원으로,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인 2년 9개 월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2021년 2월 개장한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6% 성장하며 70개 점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곳은 현대 판교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14.7% 증가했다.

신세계 대전 아트앤스페이스(7.0%), 신세계 센텀시티(6.9%), 롯데 잠실(6.1%), 신세계 강남(5.5%) 등도 성장 폭이 컸다.

다만, 1조 클럽 백화점 중 롯데 부산본점(-1.0%), 현대 본점(-4.2%), 신세계 본점(-1.9%), 갤러리아 명품관(-7.0%)은 매출이 역성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한화갤러리아(452260))의 경우 명품관과 타임월드점(-8.1%), 광교점(-6.5%) 등 주요 점포의 매출이 모두 7% 안팎으로 감소했다.

연 매출 5000억~9000억대 백화점은 10개 점포였다.

주요 백화점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대형 점포만 성장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상위 12개 점포의 합산 매출은 20조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롯데 건대 스타시티, 현대 부산, 신세계 마산 등 하위 10개 점포의 합산 매출은 1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부산 등 주요 상권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반면, 지방 및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점포들은 대부분 역성장했다”라며 “백화점 내 명품 수요가 둔화하고, 마진이 높은 카테고리인 패션·잡화의 매출도 부진했다”라고 했다.

올해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3%는 올해 소비 지출을 작년보다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과 의류 업종의 실적 부진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대형점의 비중이 큰 백화점의 내수 소비 위축 방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