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코리아(코스트코) 노조가 내년 2월 4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6월 카트 관리 근로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단체 교섭이 재개됐으나, 사측이 노조 활동 보장 및 산업 안전 보건과 관련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설 연휴 직전 주말 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경기 광명시 코스트코 광명점 본사 앞에서 열린 코스트코 카트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추모집회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 노조는 최근 노조 비상대책위원회와 마트산업노조 중앙집행위원회를 거쳐 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9월 12일 코스트코 노사가 교섭을 재개한 뒤, 노조와 사측이 단체협약 수정안을 주고받았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다.

노조는 교섭 재개 이후 임금 인상 등이 포함된 기존의 단체협약 요구안에서 임금 인상, 복지제도 개선 등과 관련한 부분을 철회하고 실질적인 조합 활동의 보장, 산업안전보건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한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스트코 노조 관계자는 “다른 마트와 마찬가지로 (계산대에) 허리를 지탱할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할 것과 혹서기·혹한기를 대비한 휴게시설 및 휴게시간에 대한 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감정 노동 근로자 보호를 위한 안내 방송이나 안내 문구 표시 등도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실제로 회사 측이 지난달 21일 노조에 전달한 단체교섭 회사안에 따르면 노조가 요구한 혹서기·혹한기 재해 방지 대책이나, 사업장 환경 개선과 같은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및 기타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전 및 보건을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한다’, ‘안전유지에 최선을 다하며 관계법령상 요구되는 재해예방 조치를 이행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서는 지난 6월 19일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김동호(29)씨가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의 유족들은 김씨가 무더위 속에 무리한 작업에 내몰려 사망한 것이라며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이를 승인했다. 김씨의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다.

사측의 단체교섭안은 조합활동을 위한 근로시간면제 인정 기준 역시 ‘노동조합 대의원 5인의 연 1회 대의원대회 참가’, ‘노동조합 대의원 5인의 연 1회 총회 참가’, ‘임금협약 체결 등을 위한 회사와의 단체교섭시간’ 등으로 한정했다.

코스트코 노조는 이에 대해서도 ‘조합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단체협약으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금 손실 없이 조합의 유지·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조합원 규모에 따라 연간 최대 3만6000시간 이내에서 설정할 수 있는데, 홈플러스는 1만6800시간, 이케아는 5000시간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 안은 전 조합원이 참가하는 총회에 대의원 5인에 대해서만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며, 대의원대회와 총회 참석을 연 1회로 제한한 점은 사실상 근로시간면제 인정 기준을 연 80시간으로 설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코스트코 노조는 파업을 예고한 내년 2월 4일 이전에 회사 측이 단체교섭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코스트코 노조는 2021년 10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쟁의권을 가진 상태다.

코스트코 노사는 2020년 10월 1차 교섭을 진행한 이후 2019년 8월까지 일부 단체교섭 조항에 대해 합의를 이루었으나, 이후 합의에 진척을 이루지 못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현재 코스트코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코스트코 본사가 있는 광명점 앞에서 현수막과 피켓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재·송도·일산·양평·고척점 등에서 순회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코스트코 노조는 다만, 지난 8일 30차 교섭 이후에도 사측과 내달 5일까지 추가 교섭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달 5일은 김동호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200일째 되는 날이다. 사측은 30차 교섭 당시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