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럭셔리 호텔·리조트 브랜드 아만(Aman)이 자매호텔 ‘자누(Janu)’로 2027년 서울에 진출한다.
아만은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리조트 브랜드다. 연예인 혹은 세계적인 부호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알려지면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국내에는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미국 유타 아만기리(Amangiri) 리조트에서, 배우 이종석과 아이유 커플이 일본 나고야 아만네무(Amanemu) 리조트에서 묵는 장면이 포착돼 인지도가 높아졌다.
아만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리조트를, 도심 지역에서는 편의성을 고려한 호텔을 ‘자누’라는 브랜드로 운영한다.
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아만은 한국을 자누 호텔 여섯 번째 진출국으로 선정하고, 오는 2027년 서울에 도심형 럭셔리 호텔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만은 내년 3월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麻布台) 힐스에 자누 도쿄를 시작으로, 중동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 유럽 몬테네그로 부드바 섬에 연이어 자누 호텔을 연다.
서울은 동북아시아권에서 도쿄에 이어 두번째 자누 호텔 브랜드로 아만이 진출하는 도시다. 아만은 자누 서울 추이를 지켜보고 이후 부산에 자누 부산을 내는 방안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만은 가장 저렴한 객실 투숙료가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넘는다. 제니가 묵었던 미국 아만기리는 비수기 1박 숙박비가 세금 제외 455만원에서 시작한다. 성수기 가격은 1000만원을 웃돈다. 국내 유명 럭셔리 리조트 반얀트리와 비교해 최소 두 배를 훌쩍 웃돈다.
그러나 ‘숙박비 그 이상의 서비스’를 추구한다. 아만은 럭셔리 리조트 중에서도 극단적인 소비자 만족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예를 들어 리조트 인근 산 정상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싶다고 하면 헬기를 미리 대기시켜 둔다. 투숙객은 원하는 시간에 헬기를 타고 산에 올라 차려진 밥상을 즐기면 된다. 머무는 도시에서 구할 수 없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할 경우, 미리 얘기만 하면 호텔 직원이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라도 원하는 식재료를 공수해 준다.
‘아무리 황당한 요청일지라도 투숙객이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준다’는 명성이 쌓이면서 유명인들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대표적인 아만 열성팬이다. 배우 조지 클루니 부부는 아만 베네치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스스로를 ‘아만 정키(junkie·중독자)’라 부른다.
다만 서울에 자리잡을 자매호텔 브랜드 ‘자누’ 투숙료는 기존 아만 리조트에 비하면 저렴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누는 산스크리트어로 ‘영혼’을 뜻한다. 아만 리조트가 고요한 평화로움을 추구했다면, 자누는 사교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추구한다.
내년 3월 문을 여는 자누 도쿄 선(先)예약 요금표를 보면 기본 객실은 1박에 12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아만은 현재 새 강북권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단지에 들어서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판 코엑스’로 불리는 이 지역은 자누 도쿄가 자리 잡은 아자부다이(麻布台) 힐스와 유사하다. 고층 빌딩을 중심으로 한 대형 주거·업무·문화 복합지구로, 쇠락한 대도시 한가운데 활력을 불어넣은 건설 프로젝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은 현재 한화그룹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주도하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이 지역에 럭셔리 호텔·리조트 브랜드 무와(MUWA) 이름으로 레지던스를 열 계획이다. 무와는 브랜딩 단계에서 아만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울 강북권은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와 거리가 멀었다. 2015년 문을 연 포시즌스 서울이 전부였다.
하지만 2027년 이후에는 강북권을 중심으로 럭셔리 호텔 대전(大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은 사회간접자본을 넘어 문화적 유산과 지역적 정통성을 강조한다.
서울 이태원동 유엔사령부 부지를 개발하는 ‘더 파크사이드 서울’에는 로즈우드가 2027년 들어선다. 로즈우드는 아만, 포시즌스와 어깨를 견주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다. 결과적으로 2027년을 기점으로 서울에 세계 3대 럭셔리 호텔 체인이 모두 문을 여는 셈이다.
호텔업계에서 권위가 높은 영국 미디어 기업 윌리엄 리드 ‘피프티베스트(50 Best)’ 호텔 순위에 따르면 전 세계 50대 호텔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호텔 체인은 포시즌스(4개)에 이어 아만(3개)·로즈우드(2개) 순이었다.
메리어트나 힐튼처럼 보편적으로 유명 호텔은 이 리스트에 없었다. 신라·롯데·조선 같은 내로라하는 국내 호텔 역시 순위권에 한 곳도 들지 못했다.